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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와 어부’라는 픽션 같은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한 사업가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나 멕시코만 고즈넉한 어촌에서 어부 한 사람을 만난다.

사업가의 눈에 비친 그는 오전 내내 바다에 나갔다가 서너 마리 고기만을 잡아온다. 아이들과 놀고 아내랑 낮잠을 자며,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어부의 일상이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버드대 MBA 출신임을 밝히고 어부가 부자 되는 거대한 계획을 늘어놓는다. 재테크에다 영리한 라이프컨설팅을 한참 듣던 어부는 그렇게 돈을 벌어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사업가는 고즈넉한 해안가 마을에 집을 짓고, 늘어지게 자고, 손주들과도 놀고 아내랑 산책을 하고, 기타 치고 노래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자 어부는 “그럼 지금과 그때의 생활이 뭐가 다르냐”고 사업가에게 묻는다.

예전에 근무한 곳이 서울 중랑구의 상봉터미널 부근이었다. 한번은 용산역에서 덕소(용문)행 중앙선을 타려는데 바로 눈앞에서 출입문이 스르르 닫혔다. 문제는 공휴일에는 배차간격이 거의 20분 정도라서 하릴없이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환승하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에 재빨리 1호선을 타고 회기역에서 내려 갈아탈 열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일인가. 기다리는 열차는 눈앞에서 놓친 열차가 아니라 용산역에서 20분 후 출발한 열차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가만 있으면 될 일을 왜 부산을 떨었을까?


삶은 때로 불공평하다. 출발선의 기준점이 서로 다르기도 하고 이동수단도 제각각인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러한 현실 앞에 선택은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를 치는 선수는 없다.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도 1941년 보스턴의 외야수 테드 윌리엄스 이후 아직껏 4할 타자는 없다. 10번 나와서 4번을 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다음은 없다는 각오다. 2015년의 시간 속에서 때론 어부일 수도 있고, 환승객일 수도 있다.

‘일일이무(一日二無)’, 아침이면 습관처럼 마술을 걸어본다. 오늘 하루에 승부를 걸 뿐 내일은 없기에 ‘하루는 작은 일생이다(Jeder Tag ist ein kleines Leben)’라고.


황용필 | 체육진흥공단 인재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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