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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버지 묘를 개장해 화장하고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 심어 수목장을 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장과 화장이야 장묘업체가 알아서 해주겠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옮겨 심은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줄까 하는 걱정입니다. 묘목과 달리 중목(中木) 이상 되면 아무리 조심해도 옮겨 심는 과정에 잔뿌리를 많이 잃고 다치기 때문입니다.

우리 속담에 ‘나무를 옮겨 심으면 삼 년 뿌리 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큰일을 치르거나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안정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집 지어놓고 삼 년’과 ‘새 사람 들여 삼 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새로 지은 집은 사는 사람에 맞춰 시간을 들여 손을 봐야 편하게 기거할 수 있고, 새로 들어온 사람은 집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화합하지 못한다고 채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얼마 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직전 정부가 워낙 많은 문제들을 남기고 좌초한 까닭에 온전한 인수과정도 없이 바로 취임해야 했지요. 그럼에도 고작 1주일 남짓한 기간에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일사천리로 국정을 바로잡으니 국민들은 물론 야당들마저도 혀를 내두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일부 집단에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곧장 등을 돌리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닫는 말에 채질한다고 경상도까지 하루에 갈까’라는 말이 있듯, 차분하게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정책반영을 요구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당장의 잎과 꽃이 없다고 지주목 떼버리고 물과 거름을 끊는다면 그 나무는 그늘과 결실을 안겨줄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를 품어줄 넉넉한 나무를 바란다면 잔뿌리가 내려 안착될 때까지는 일단 버팀목을 받쳐두고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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