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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놔도 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겹고 힘들고 까마득한 군생활이지만 견디다 보면 끝날 때가 오긴 꼭 온다는 위로이자 다짐이죠. 옛날 괘종시계는 추가 진자운동 해야 태엽 풀리며 작동된다지만, 아무리 시계 거꾸로 매단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지납니다. 또한 소속 집단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자신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과 비난들이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아니라고 핏대 세워봤자 되레 반동(反動)으로 트집거리만 되니 마주서지 말고 비껴서야 할 때도 있겠지요.

살다보면 너나없이 한두 번은 참기 힘든 시기를 겪습니다. 그때 간혹 어떤 이들은 도저히 못 견뎌 귀 막고 틀어박히거나, 살아 뭐하나 싶은 자포자기에 목숨까지 버리려 듭니다. 하지만 힘들고 사나운 시절도 시간 지나면 수그러들고, 무성한 입방아도 그러라 놔두면 제풀에 사그라집니다. 속담에서는 이를 스쳐가는 바람에 빗대 ‘바람이 불다 불다 그친다’고 하지요.

바람은 머무르지 않습니다. 폭풍이 잦아들고 태풍이 소멸하듯, 가만가만 참다보면 ‘그런 때가 있었지’ 돌아보는 어느 한때로 지나 있습니다. 지금이 힘겹다면 종잇장 꺼내 무엇 때문에 이토록 곤비한지 한번 낱낱이 적어보십시오. 머릿속에선 온갖 미친바람이 휭휭 회오리쳐도, 막상 적어 놓은 걸 내려다보면 돌개바람 하나에 나머지는 먼지바람 건들바람 소슬바람들이기도 할 겁니다. 비바람 맞서 우산 붙들고 악전고투하다가 ‘케세라세라’로 시원하게 젖어버리는 것이 외려 해방감을 줄지도 모릅니다. 어디서 누가 내 욕 하나 귀 한번 후비적해버리고요. 어찌어찌 하다보니 한 해가 지나고 별거 아니었습니다. 풍문과 풍파도 시간의 바람결에 흐리마리 흩어집니다. 힘겨운 오늘을 무심한 노래로 흘려버립시다.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렇게, 이 또한 지나가리니.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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