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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냉수 벌컥벌컥 마시고 크어~ 턱 씻으니 애도 따라 줄줄 흘리며 크어~ 턱 씻는 흉내를 냅니다. 막걸리잔 기울인 뒤 크어~ 내려놓으니 애도 크어~ 하며 물 대접을 막걸리잔인 양 탁 내려놓습니다. 이러면서 언젠가 크어~ 술 마실 자신도 상상해보겠지요.

부모나 어른이 점잖지 못하고 언행을 함부로 하면 아이들도 똑같이 배운다는 속담이 ‘애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신다’입니다. 부모가 젓가락 끝으로 사람 가리키며 얘기하면 자식도 나중에 젓가락으로 남의 눈앞을 찌를 겁니다. 아이와 함께 호호하하 사람 만나고 들어와선 정색하고 그 사람 험담하면 자식은 세상에 믿고 마음 줄 사람 없다 싶어 사람을 겉 다르고 속 다르게 대하겠지요.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일정 기간을 보살피는 동물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동물의 새끼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행동을 따라합니다. 야생에서 살아남은 부모와 똑같이 흉내 내야 자신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런 스펀지 같은 본능은 사람의 아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무엇이든 열심히 어른들을 좇아 하는 게 아이입니다.

유전(遺傳)이란 말은 끼치고 전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부전자전(父傳子傳)이요 ‘그 어미에 그 딸’이라 하듯 부모의 형질과 살아온 방식은 어떻게든 자식에게 전해집니다. 도대체 누굴 닮아 저럴까 하지만 두 사람 유전자로 둘이 키웠는데 과연 그 누구만 닮겠습니까? 어른들이 애 앞에서 친척과 남을 흉보고, 약속을 가벼이 여기며, 배우자끼리 심한 말로 헐뜯고 싸우는 일이 꽤 많이 보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순진하고 모르는 척하지만 다 보고 듣고 판단합니다. ‘아, 저렇게 함부로 사는 거구나.’

일상의 부모와 어른들은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입니다. 그러니 애들은 따라하지 말라기 전에 어른부터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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