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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을 쓰고 있다. 피고는 자유한국당과 김성태 원내대표, 그리고 대한민국이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무원인 국회의원들이 고의로 저지른 위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이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소송이어서 대한민국도 피고에 포함되었지만, 실제로는 자유한국당과 그 소속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소송이다.

물론 이 소송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권자로서 잘못은 따져야 하겠기에, 마지막 방법으로 소장을 제출한다.

이번에 피고인 자유한국당과 그 소속 국회의원들은 주권자들을 배신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아무리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위헌으로 결정난 국민투표법 개정을 거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재외국민들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2015년 연말까지 개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2015년 연말을 넘겨서도 국민투표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중앙선관위도 2017년 10월에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라는 의견을 다시 제출했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당연히 국민투표법을 개정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지금까지도 국민투표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 표결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명백하게 위헌인 법률을 그대로 방치하는 직무유기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민투표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재외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투표권은 선거권과 함께 국민의 기본적인 참정권에 해당하는 권리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민투표는 선거와 달리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이고, 국민의 본질적 지위에서 도출되는 권리이다. 그런데 이 권리가 근본적으로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헌법개정도 국민투표 사안이지만, 국가의 중요정책도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다.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그런데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72조에 따른 국민투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령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때도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 헌법에서 정한 절차를 실행할 수 없는 국가적 공백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그 소속 국회의원들의 행위는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명백한 위법행위이고 위헌행위이다.

이로 인해 주권자인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개헌에 반대하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자기 입장을 갖고 헌법개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갖는 것은 그 자신의 권리이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위헌으로 판명된 법률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꼼수이고 반칙이다.

이런 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반(反)헌법적인 행태가 계속될 것 아닌가? 그래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법원도 쉽게 기각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명백한 헌법위반 상태이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국민투표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송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송이다. 그러나 승소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는 소송이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소송을 하고자 한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소송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책임을 묻고, 그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는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한편 지금이라도 원내 정당들에 촉구하고 싶다. 국민투표법 개정을 거부한 것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이지만,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무산된 데에는 모든 정당들에 책임이 있다. 지금은 책임공방만 벌일 때가 아니다. 각 정당들은 앞으로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일정과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이번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발표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개헌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되었다. 기본권이 강화되고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국가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개헌이 그냥 무산되고 만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기운처럼, 국내정치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물론 이 글을 쓰면서도 지금의 국회에 기대할 것이 있는지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다. 만약 국회의 직무유기가 계속된다면, 정말 주권자들이 다시 나서는 수밖에 없다. 국회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국회를 매년 6000억원의 세금을 들여가면서 계속 방치해 둘 수는 없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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