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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라는 것의 반대로만 살던 아들청개구리가 있었습니다. 어미는 죽으며 유언합니다. “나 죽으면 산에 묻지 말고 꼭 물가에 묻어다오.” 그래야 거꾸로 산에 묻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뒤늦게 뉘우친 아들은 어미 말 지킨다고 진짜로 물가에 무덤을 만듭니다. 그래서 비만 오면 아들청개구리는 어미 무덤 떠내려갈까 봐 목 놓아 운다고 합니다. 남의 옳은 말을 잘 따르지 않고 엉뚱하게만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담 ‘청개구리 같다’의 유래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중국 당나라 때 편찬된 <속박물지(續博物志)>에 ‘청와전설(靑蛙傳說)’로 채록된 민담입니다.

그런데 청개구리는 정말 거꾸로 행동할까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다른 개구리들과 달리 물가가 아닌 산속 나무줄기나 풀숲에서 사니까요. 짝짓기하며 알 낳을 때나 물가로 내려오지 줄곧 산과 들에서 삽니다. 그래서 영어로 청개구리는 나무개구리(tree frog)입니다. 다른 개구리들에는 없는 흡반이 발가락 끝에 있어 벽도 타고 올라가, 시골 아파트에선 10층 창문에 붙은 청개구리를 발견하기도 하지요. 겨울잠도 땅속 아닌 한데서 바싹 마른 미라처럼 잡니다. 또한 청개구리는 고작 어른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지만 울음소리만큼은 개구리류 가운데 가장 큽니다. 이 청개구리가 크게 울어대고 사흘 안에 비 올 확률이 70% 남짓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청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러운 날이면 ‘저놈들은 계실 때 잘하지. 머잖아 비 오겠네’ 짐작했다지요. 적적하신 부모님 이야기 들어드리고 전화 자주 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 줄 알면서도 ‘바빠서’가 버릇처럼 나옵니다. 마음은 안 그런데 부모님과 얘기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곤두선 말이 나갑니다. 자식 걱정이 딱지 앉은 잔소리 같아 지겹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데 자식은 그렇게들 거슬러 사는 청개구리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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