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보일러 연통에는 고드름이, 창밖에는 칼바람이 덜컹덜컹 달리며 며칠째 한파입니다. 이렇게 되우 추운 날 보일러까지 말썽이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옛날에야 장작을 땠으니 보일러 고장 따위 있을 리 없겠지만, 대신에 불 땔 장작이 부족했겠지요. 그러다 보면 남은 장작 가늠해보곤 얼어 죽지 않을 만큼만 아껴 때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 방에 들어서면 발바닥 타고 냉기가 찌르르 올라옵니다. 그럼 출타했던 사람이나 손님이 저도 모르게 한소리 했겠죠. “‘춥기는 삼청 냉돌인가’ 바닥이 왜 이렇게 차!”

고려·조선시대 근위부대인 금군(禁軍)은 내금위(內禁衛·내전 호위), 겸사복(兼司僕·기병 위주 외곽 호위), 우림위(羽林衛·서얼 출신 보충대)로 이뤄졌는데, 이 세 부대의 관청을 삼청(三廳)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청사엔 불을 때지 않아 구들돌이 완전 냉돌이었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매우 춥다는 속담으로 ‘강원도 삼척’이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이것을 ‘강원도 삼청’을 잘못 발음한 것이라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삼청’이 ‘삼척’으로 바뀌었는지는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친위부대 청사가 강원도에 있을 하등의 이유 또한 없고요. 게다가 ‘강원도 안 가도 삼척’이란 속담까지 따로 있는 걸, 같은 사전에 실어두고도 연관 지을 줄 몰랐던 듯합니다. 아마 최초로 ‘삼청의 오류’라 적은 걸 그대로 따른 모양입니다. 결국 이 속담에서 ‘삼척’은 ‘삼청’의 잘못이 아닌 셈이죠. 게다가 삼척(三陟)은 오히려 서울보다 따뜻하기까지 하니까요. 그러니 3척(尺)과 동음이의 말장난으로 강원도 삼척을 넣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엎어지면 코 닿을 3척임을 삼척동자도 알게끔 ‘강원도 삼척’ 옆에 ‘강원도 안 가도 삼척’을 바로 붙여두면 어떨까 합니다. 삼척김씨 후손이라서 딱히 억울해 그런 건 아니고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