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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거품인가? 시끄러웠던 기초의원 소동이 공천으로 결론이 났다. 이를 계기로 지난 3월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때부터 지금까지 40여일간을 되돌아보며 갖게 되는 의문이다. 우선 통합 당시부터 새 당의 지지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 하강세를 보여 왔다. 물론 두 세력이 하나로 합쳤으니 새 당의 지지율이 통합이전 민주당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누렸던 높은 지지율, 지난 대선에서 야권통합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얻었던 48%대의 득표율에 비하면 새 당의 지지율은 기대 이하이다. 이는 그동안 안 대표가 누렸던 높은 지지가 안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도 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낡은 거대 지역정당에 비판적인 무당파의 지지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안 대표가 민주당과 손을 잡자 실망하여 새 당의 지지로 전환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당의 통합방식이다. 그 방식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희망과 신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지만 어쨌든 안 대표가 박원순을 만나 자신이 양보하고 지지율이 낮은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줄 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러나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할 때도, 이번 통합 때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름다운 후보단일화에, 아름다운 양당 통합에 실패함으로써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에 따른 기대 이하의 지지율에 대한 안 대표의 반응이다. 지지율에 대한 지적에 대해 “제가 부족해 그렇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식이 아니라 “민주당이 원래 지지율 10%대 정당 아니었나요”라고 시정잡배식의 빈정거림으로 쏘아대니 국민이 감동하고 지지율이 올라가겠는가?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출처: 경향DB)


기초의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문가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내부역사논쟁과 문재인 정계은퇴 발언, 기초의원 논쟁이라고 잘 분석했지만, 기초의원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기초의원 무공천이라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를 통합명분으로 삼음으로써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말았다. 기초의원 무공천이 낡은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독자노선을 내걸었던 안 대표가 깃발을 내리고 민주당과 통합할 정도로 중대사안인가? 문제가 많은 두 남자가 있었다. 그래서 한 여자가 독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 남자와 친지들 앞에 나타나 “우리들은 점심메뉴를 비빔밥으로 하는데 의견이 같아서 결혼하기로 했다”고 선언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논쟁이 커지자 안 대표는 기초의원 무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기초의원 무공천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중대사안인가? 점심메뉴 비빔밥에 인생을 걸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안 대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단언컨대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오기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안 대표는 국회의원수 축소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의원 무공천을 들고 나와 정작 중요한 민생문제는 논쟁에서 실종하고 말았다.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고 목표의 서열을 매기는 것이다. 그래서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은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안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안 대표가 기초의원 무공천의 약속을 박근혜 대통령이 파기했다고 공격하자 새누리당에서는 안 대표가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다고 역공을 취했다. 그러자 안 대표 측에서는 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은 약속은 깰 수도 있다고 응수했다. 맞다. 궁극적인 목표는 ‘새 정치’이고 이를 위해 독자노선이란 약속을 깨고 민주당과 통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의원 무공천이 양당이 통합을 하고 안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 정도의 큰 약속인가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안철수는 거품인가? 이에 답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 답은 지난 40일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그가 무엇을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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