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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은, 그건 착하다고 말할 것이란다.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그건 나쁘다고 말할 것이란다. 그래서 싸운다. 착한 규제인가, 나쁜 규제인가를 두고 말도 많다. 한쪽은 관광활성화, 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학교 옆 숙박업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은 그 악영향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후자가 우세한 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인 정화절대구역에는 숙박시설 건립이 불가능하고, 200m 이내인 상대구역에는 지역 교육청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완화해 사업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들에게 직접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부결되더라도 사유를 고쳐 재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자의 동네에도 요즘 가장 핫한 이슈는 바로 이 ‘숙박업소’이다. 얼마 전 한 숙박업소가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그곳이 하필이면 초등학교와 그 옆의 아파트 단지와 매우 인접한 곳이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대략 따져보니 숙박업소로 허가된 지점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계산했을 때 400m는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를 감안하면, 학교에서도 그 옆의 아파트 가구 내부에서도 이 숙박시설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주민들은 학교,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라는 점에 분개했고, 그럼에도 주민들 모르게 사업과 허가가 진행되었다는 점에 또 한번 분개했다. 이에 시장과의 공청회가 추진됐고, 시장은 또 다른 숙박업소의 허가는 앞으로 계획이 없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얼마 후 다른 숙박업소가 이미 허가가 난 상태라는 말에 주민들은 다시 분개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4년 4월 29일(출처 :경향DB)


물론 숙박시설은 꼭 필요하다. 허가를 취소하거나 절대로 건립하면 안된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우려는 숙박업소의 질이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비즈니스호텔, 관광호텔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 호텔을 가장한 러브호텔이 얼마나 많은가를 감안하면 문제는 크다. 관광호텔로 허가를 받았지만 러브호텔로 운영되는 것까지 규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접하고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유해환경들이 많다. 그런데 많고 많은 땅들 중에서 굳이 학교 주변까지 호텔, 또는 이를 가장한 유해성 숙박시설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학교 옆에 숙박시설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왜 청년 일자리를 막는 것이며, 관광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것일까?

어느 사안에 있어서 완벽하게 착하고 나쁜 것은 없다. 지금은 무엇이 착한 규제이고, 나쁜 규제인지를 두고 싸우기보다는 ‘누구’를 위해 ‘보다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우리가 정말 삶의 가치를 두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학교 주변에는 건물의 높이와 같은 환경적 변수를 고려한 시각적 거리에까지 규제의 범위를 오히려 확대한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결코 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정아 | 김포대 실내건축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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