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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선배님, 이재정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이 신부님이 경기도로 이사를 해 교육감 출마를 한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다시 윤 선배님이 서울시교육감에 나선다는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고 펜을 들었습니다. 두 분 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며 교육감 자격을 갖추고도 남습니다. 또 두 분의 출마가 우연인지, 서로 교감이 있었던 것인지, 친노진영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의한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출마는 잘못된 것이니 재고해 주십시오. 우선 두 분 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두 분의 출마는 정치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교육감 자리를 나쁜 의미에서 ‘정치화’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외에 두 분의 출마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릅니다.

윤덕홍 선배님, 선배님은 제 바로 전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을 지내셨습니다. 그 후 선배님은 노무현 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되셨는데 교육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 전산화하는 나이스를 학생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회단체들의 촛불시위 등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셨습니다. 그 결과 전교조 위원장이 구속되고 저 역시 검찰에 불려가 긴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제 전임 의장에게 반대했다가 대학졸업 후 25년 만에 소위 민주정부, 참여정부에 의해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기분이라니. 그렇게 만든 나이스는 별 효과도 없으면서 교사들의 행정 부담만 늘렸고 여러 보완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 사생활과 인권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선배님이 교육감에 나서는 경우 ‘제2의 나이스 사태’가 우려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민주진보진영은 그동안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해 경선 과정을 거쳐 민교협 공동의장 출신의 조희연 교수를 예비후보로 선출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교협 공동의장 후배가 예비후보로 당선된 마당에, 뒤늦게 출마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선배님은 단일화 과정을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단일화 추진위 측은 단일화 과정에서 선배님에게 후보등록 등을 자세히 알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사 단일화 과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제 출마하는 것은 상식밖의 행동입니다.

출마선언하는 윤덕홍 전교육부총리 (출처 :연합뉴스)


이재정 신부님, 신부님은 성공회대를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대학으로 키웠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 재벌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노무현 진영에 전달한 것이 밝혀져 감옥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 돈은 개인 축재를 위한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노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고 통일부 장관 등 공직까지 하셨습니다. 따라서 출마에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부님도 교육감에 나서서는 안 됩니다. 불법 정치자금 등 비리 관련 전과는 시민운동의 낙선 대상의 핵심 항목으로 대통령이 사면을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자신이 빚을 졌다는 이유로 노 대통령이 신부님을 사면하고 주요 공직까지 시킨 것은 민주적 행태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신부님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직자인데 비리 관련 유죄를 받았으면 이후 공직을 거절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교육감까지 출마하다니요? 만약 비리 전력의 선배님이 교육감이 된다면 경기도 어린이들은 새 교육감을 보면서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또 신부님은 교육감으로서 아이들에게 법을 어기고 보스에게 정치자금을 갖다 주어도 나중에 다 사면받아 장관도 하고 교육감도 하니 여러분들도 법 같은 것 신경도 쓰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시렵니까?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출처: 경향DB)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두 분이 민주진보진영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보수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분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는 따져볼 일입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더라도 그것이 출마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그 같은 논리가 민주진보진영의 도덕적 타락과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존경해온 두 분께 이렇게 비판적 공개서한을 쓰자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것도 다 두 분을 존경하고 두 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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