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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단원고 세월호 교실지키기 예술행동’이 있어 안산에 다녀왔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 정부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재차 삼차 익사당하는 세월호의 진실은 언제쯤이나 인양될까. 칠판과 책상과 복도에 놓여 있는 수많은 꽃과 편지들. 어떤 진실도 인양되지 않았는데 교실이 부족하니 아이들 책상을 치워야겠다 한다.

세월호의 진실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그 빈 의자와 책상을 남겨두면 안되나. 국가의 무능과 부조리하고 부패한 사회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반성하는 상징의 장소로 남겨두면 안되나. 모두의 안녕과 안전을 위해 먼저 치워져야 하는 책상은 단원고 2학년 교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 해수부와 정부서울청사에, 청와대와 국정원, 이윤을 위해 부패와 부정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저 높은 기업 빌딩 숲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맥이 빠져 집에 들어와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문자가 한 통 들어와 있었다. “2월1일자로 정규직으로 복직합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쌍용차 비정규직 해고자 복기성의 문자다. 1999년 용산참사 현장에 있을 때, 당시 공장 점거파업 중이던 복기성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자신들의 처지를 써줄 르포 작가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그 후 얼마나 많은 아픔과 눈물의 시간이 지났던 걸까. 그사이 복기성은 한상균, 문기주와 함께 171일 동안 공장 앞 철탑 고공농성도 했었다. 김정욱과 이창근이 다시 올라간 공장 굴뚝 아래를 가면 두 눈에 핏발이 선 그를 매번 만나야 했다.

이렇게 아무 일도 아닌 하루가 오기 위해 7년을 넘게 스물여섯 명의 동료와 가족들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니. 경찰서 문턱을 수없이 넘어 다녀야 했다니. 이게 과연 세상일까. 아직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다수지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 “기성아. 축하한다.” “수고했습니다. 쌍차 동지들.” 그러나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이들이 떠오르는 밤. 아직도 제 말을 얻지 못한 수만 개의 시들이 독재와 독점의 겨울 밤하늘에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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