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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이면 용산참사 7주년이 되는 해다. 마석모란공원에 잠든 철거민 다섯 분을 만나 뵈러 가야 한다. 매년 추모제 때마다 함박눈에 곱게 덮여 있던 다섯 봉분이 눈에 선하다. 그때의 화기는 다 빠졌을까. 유가족분들의 꺼지지 않던 분노도 조금은 사그라졌을까. ‘3조원의 개발이익’, ‘한강르네상스’의 제물이 됐던 평범한 철거민들의 죽음은 지금도 여전히 의문사로 남아 있다. 평범한 이들의 죽음을 제물로 삼고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용산 4구역 투기개발은 그간 중단되었다.

서울 전역을 전염병처럼 돌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들도 거개가 중단되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7년 전 그렇게 급하게 그 누구도 ‘진압’당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살고 싶다고 올라간 망루에서 단 하루 만에 사람들이 함부로 불태워지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실을 비웃듯 당시 살인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지난 총선에 이어 오는 총선에서도 경주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에 이어 부자감세와 자원외교, 대운하 사업과 국정원 대선 부정 등으로 국가 전체를 참사로 내몰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건재하다.



2009년 그곳 용산에서 ‘작가선언6·9’가 공동으로 펴낸 책 이름이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였다. 슬프지만 용산의 진실을 모두 밝히지 못한 우리가 그 후로도 매번 내려야 했던 역들 역시 온갖 참사의 역이었다. 파괴되는 4대강 현장이 그러했고, 해군기지에 짓밟힌 강정이 그러했다. 핵마피아들에게 밀려난 밀양이 그러했고, 26명의 죽음이 이어진 쌍용차 정리해고 현장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그러했다. 1000만명에 다다른 비정규직 시대 전체가 헬조선이고, 오늘 국정화로 부관참시당하는 역사의 현장이 그렇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2009년 겨울, 그 뜨겁던 ‘용산참사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새로운 역사의 법정들이 열리는 그 날까지 언제까지고 이 고통스러운 역을 떠나지 않을 참이다.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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