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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누구만의 안전을 위해, 누구만의 이윤을 위해, 누구만의 권력만을 위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세월호와 함께 슬픔의 심해로 끝없이 가라앉아가던 우리들은 이제 살아 돌아 왔는가? 세월호와 함께 침몰되어 가던 한국사회는 구조되었는가? 한국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경악들은, 충격들은, 전망들은, 기대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열한명의 실종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을 뒤로하고, 때가 되면 한번씩 찾아오는 태풍을 지난 듯, 대한민국 세월호는 다시 출항해도 이젠 아무 문제없는가?

이건 아니라고, 이번주 토요일(28일) 전국에서 ‘2014 대한민국 세월호 버스’들이 출발한다. 똑바로 된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오늘도 수많은 세월호들이 정부의 무능과 탄압에 의해 침몰해 가고 있다고, 우리 모두가 세월호라고 전국민이 나선다.

밀양 세월호가 출발한다. 이 정부는 지난 11일 새벽 그들을 짓밟았다. LPG통과 기름통을 곁에 두고 칠순, 팔순 고개를 넘으신 어른들께서 절박한 호소를 하는 곳이었다. 예기치 못할 참사의 위험에도 공권력은 가릴 게 없었다.

조그만 움막 안에서 작은 가리개 하나만을 걸친 채 벌거벗고 있는 밀양의 할매들, 그 목에 쇠줄이 감긴 채 끌려나오는 한 할머니의 사진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 전체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일에 다름이 아니었다.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같은 날 금수원에 공권력을 투입하며 세월호의 분노를 역으로 이 정부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 신성여객 앞에서는 진기승 열사 버스가 출발한다. 지난 4월30일, 노동절 하루 전날 회사 국기게양대에 목을 매었던 해고노동자. 그의 분향소 역시 침탈당했고,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유성기업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250여일째 고공농성 중인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광고탑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료들 역시 얼마전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끌려가야 했다. 이 정부는 지난 정부에 이어 계속 전국 곳곳의 민주노조호들을 파괴, 침몰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팽목항에서는 실종자분들이 빨리 가족과 우리들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눈물의 버스가 출발한다. 무슨 말도 전하기 힘들어 조용히 안타까운 우리들의 마음을 담은 노란 종이배들을 띄워주고 출발한다고 한다.




서울 경기 지역의 시민들은 서울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모인다. 이미 이 정부는 5월18일 광주민중항쟁 추념식이 열리던 날, 자신의 장례를 동료들에게 위임하는 유언장을 써두고 자결한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의 장례식장에 군홧발을 신고 들어와 시신을 탈취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동료의 시신을 지키려 했던 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과 라두식 수석부지회장, 그리고 영등포분회장 김선영을 구속시켰다. 삼성 무노조호는 이젠 더 이상 안된다고, 삼성전자서비스가 외주화한 1만명의 서비스기사들은 삼성전자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되어야 한다고, 그것이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들의 삶을 살리는 일이라고 외치겠다고 한다.

이런 전국의 세월호들이 모이는 6월28일은 이건 아니라고, ‘민주노총 총궐기’가 열리는 날이다. 또 다른 참사의 전조인 ‘의료영리화’, ‘철도민영화’에 맞서 보건의료노동자, 철도노동자들이, 전국의 공무원들이 모이는 날이다. 6·4 지방선거 당시 전국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들을 세워준 국민들의 뜻과 평가를 저버리고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한 이 국가가 도대체 누구의 국가인지를 묻는 날이다. 총궐기를 통해서도 이 정부가 반성하지 않을 시 7월22일 정치 총파업으로 민주노총이 나서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날이다. ‘쌀 전면개방 저지!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1차 범국민대회’를 향해 전국의 농민버스들이 출발해 서울로 오는 날이다. 도시 빈민들이 함께 나서는 날이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모이는 기독교인들을 비롯해서 5대 종단 평신도들이 나서는 날이다. 문학인들은 탑골공원에 모여 시국토론회를 마치고 함께한다. 더 이상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총체적으로 침몰해가는 광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각성과 분노가 거대한 연대의 힘으로 모이는 날이다. 이런 희망이라도, 벅참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이 슬픈 시대를 견딜 것인가라는 치떨림과 서러움들이 모이는 날이다. 시간이 너무 짧지만 그날, 우리 모두 함께하자. 우리 모두가 다시 기울어가는 이 시대의 평형수로, 복원력으로 새롭게 서 나가자.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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