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16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2차 감염자와 같은 병실에서 지난달 28~30일 치료를 받은 2명의 3차 감염을 확인했다고 어제 밝혔다. 메르스 환자는 이들을 포함해 6명이 추가돼 모두 25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도 처음으로 2명 발생했다. 메르스 사태는 지난달 20일 최초로 환자가 발생한 후 최대 잠복기 2주일을 맞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였다. 안타깝게도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정부와 보건당국이다. 초동 대처도 실패였지만 사후 대처는 더 참담한 실패였다. 방역망은 온통 구멍이 뚫리고 보건당국은 허둥대며 뒷북이나 쳤다. 어제 확인된 사망자와 3차 감염자도 모두 보건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나 있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조치된 경우다. 지난달 15~17일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25번째 환자의 소재는 사망 당일에야 파악했다. 또 다른 사망자인 6번째 환자도 자가 격리 대상에 빠졌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고서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3차 감염자를 발생시킨 2차 감염자도 당시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보건당국의 재역학 조사에서 환자로 확인됐다.

광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2일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증상과 대처요령이 담긴 안내판 옆을 지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방역체계의 구멍과 당국의 무능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불안과 공포,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 경찰이 형사처벌 경고를 할 정도로 갖가지 괴담이 나도는가 하면 일상적인 외출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중이 모이는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첫 번째 사망자가 치료받던 병원 소재지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대거 휴업을 결정했다. 정부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초동 대처를 못하고 허둥댄 정부를 보면 마치 세월호 참사 첫날을 보는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를 세월호 참사에 빗대기도 했다.

3차 감염자 발생으로 메르스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격리 대상자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차 감염이 병원 안에서 발생한 점이다.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서 지역사회로 확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민관합동대책반의 진단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지역사회 감염이다. 여기서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렀다는 얘기다. 어제 열린 긴급장관회의에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인 보건 역량을 총동원해 불안과 우려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재앙적 상황을 막는 마지막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