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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이중국적

opinionX 2014. 7. 3. 21:00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미국 축구대표팀에는 미국 국적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 선수가 30%쯤 된다. 부모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아이슬란드에서 자란 선수도 있고, 엄마 나라인 미국을 두고 아빠 나라인 노르웨이에서 성장한 선수도 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미국이지만 이들 ‘외국인’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적어도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한국은 국적을 하나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은 불허된다. 이를 규정한 국적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미국 동포가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내 거주자 중 이 헌재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적을 하나만 인정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권장되는 원칙이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속인주의를 채택하는 나라와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나라가 섞여 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기준과 원칙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중국적 문제를 해명하고 있는 김초롱 선수. (출처: 뉴시스)


그중 하나가 선천적 이중국적자 문제다. 2005년부터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은 어느 시기가 되면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그 시기가 남자는 18세가 되는 해, 여자는 23세가 되는 해다. 개인에게 “지금이 그때”라고 한국 정부에서 통지해주지는 않는다.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38세가 될 때까지 무조건 한국국적을 갖게 되고, 반대로 여자는 한국국적이 자동적으로 말소된다. 나중에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봐야 소용없다.

남녀 규정이 서로 다른 것은 이 법이 원정출산자의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입법과정에서도 국내 여론은 비교적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해외동포 2세 남자들에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법이다. 미국에서도 이중국적자 신분으로는 공직 진출에 유·무형의 제한이나 불이익이 있다. 어느날 족쇄처럼 채워진 한국국적이 원망스럽게 여겨지지 않도록 국적을 정리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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