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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방역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조기 차단도 실패하고 사후 대처도 파탄이 나고 말았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이 신종 감염증은 한국에서 5월15일, 1호 환자를 확인했다.

2002년 11월부터 중국 광둥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해 질병의 세계화에 따라 모든 지역으로 확산되었던 신종 감염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이 닮았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항체나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이들을 피하려면 위험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일뿐이다. 노무현 정부 때 발병했으나 다행히 사망당하는 일이 없이 잘 대처했다. 이 두 가지 신종 감염병은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병원의 감염관리에 해결의 열쇠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환자와 보호자,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의무 해태가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이다. 특히 보건당국이 병원과 입원 환자 보호를 위해 감염의 진원지인 병원 봉쇄와 환자 격리를 초등단계에서 공개하지 못하고,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결정적 하자였다. 이번 당국의 비밀주의와 보신주의, 관료주의는 시민건강을 위해 백해무익한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6월1일, 메르스 최초 사망자는 이미 천식과 고혈압, 의인성 쿠싱 증후군(관절염에 의한 스테로이드 복용이 원인) 등의 기저질환자였다. 처음 천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처치하기 위해 5월11일 입원한 상태에서 15~17일 사이에 메르스 최초 환자와 접촉했다. 이것이 환자의 기저질환에 악영향을 준 것이라고 주치의는 밝혔다. 그렇다면 이 환자의 사망 원인은 직접적으로 최초 메르스 환자 접촉에 의한 것 때문인지, 그동안 다른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 메르스를 앓다가 2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 중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기저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급성호흡기부전으로 사망 진단했다면 어떤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 규명해야 마땅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다녀갔던 병원은 다른 사람들이 방문해도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발생합니다. 환자가 이미 거쳐 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런 안이한 태도와 자세로 메르스의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정부는 자가 격리만으로도 메르스의 조기 퇴치가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소통?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5년 6월 5일 (출처 : 경향DB)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관련 기구를 본뜬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기구의 공식 명칭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질병통제 및 예방중심’, 통칭 ‘질병통제센터’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질병관리’란다. 이번 경우와 같은 ‘괴질’을 어찌 관리하겠다는 말인가? 기구 명칭부터 분명히 설립목표를 적시하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는 불행·불안·불통정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세상이 재빠르게 달라지고 있는데도 납작 엎드려 눈동자만 움직이고, 정작 공무원이나 관료조직은 움직이지 않는 불행, ‘이행결함’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불안정한 행정, 꽉 막힌 불통정권으로부터 탈출해서 국민행복과 안녕과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허상수 |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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