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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국면을 맞고 있다. 어제 감염환자는 36명으로, 의심 환자는 1667명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 3일 사망한 80대 남성이 감염환자로 확인됐다. 3차 감염자 가운데 첫 사망자로,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새로운 감염환자 가운데 대형병원 의사가 포함된 것이 고약하다. 직업 특성상 의사는 환자와 가족 등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국내 대표 병원의 의료진마저 감염됐다니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이 의사는 감염환자 옆 병상의 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됐다고 한다. 1명의 2차 감염자에게서 감염된 종전의 3차 감염자 4명과는 경로가 다르다. 의사에게 메르스를 옮긴 감염환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 지난달 21일부터 열흘 동안 밀접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서 또 다른 3차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 의사는 1500여명이 모인 외부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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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5층에 설치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직원들이 3일 3차 감염까지 일어나 비상 국면을 맞은 메르스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_ 보건복지부 제공

지난달 20일 첫 감염환자 발생 이후 메르스 사태는 사망자와 3차 감염 등 여러 고비를 거침없이 돌파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3차 감염에 의한 지역사회 확산이다. 지역사회 3차 감염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불특정 다수의 감염 가능성을 의미한다. 메르스 발병 환자와의 접촉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없고, 접촉자 범위가 급격히 넓어져 방역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의료기관에서는 폐렴 등 원인이 불분명한 유사 증상에 대해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지역사회 3차 감염만은 막아야 할 이유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자세로 봐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첫 감염환자를 진료한 병원과 가족으로부터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고도 뭉갠 보건당국과, 국민에게는 마스크가 필요없다 해놓고 정작 자신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장관을 미덥게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의심환자가 1300명을 넘어선 뒤에야 첫 대책회의를 열면서 ‘실태 파악과 국민 홍보’나 주문하는 대통령의 한가한 현실인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정부의 각성이 필요하다. 그 다음 선제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 감염환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허둥지둥 대처하는 식의 수동적·사후적 대응은 사태 악화만 불러올 뿐이다. 과거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사스 사태를 진정시킨 경험을 되살리기 바란다. 이는 보건행정에 대한 국민 불신을 씻는 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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