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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원 임용률이 반토막 나자 교대생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를 지켜본 사범대학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교대생들의 요구가 지나치게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0 대 1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임용 경쟁에 시달려온 사범대생들의 입장에서는 교대생들의 요구가 투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사범대학은 교원 양성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교원 임용률이 10%도 안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재수 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유명 사범대의 경우 학생들이 아예 교직을 포기하고 고시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사범대학이 이렇게 붕괴된 이유는 교육부가 교원 자격증을 무차별적으로 남발했기 때문이다. 사범대학은 중등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비사범계열 학과에서 더 많은 중등교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2016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사범대학 정원은 403개 학과 총 1만284명이다. 그런데 일반대학의 2331개 학과에서 교직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5년도에 승인된 인원만 해도 8707명이다. 기존에 승인된 인원을 합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체 정원이 교육통계에서조차 정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교육대학원은 교사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나 정원 1만3887명 중에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양성과정이 1만38명에 이르고 있다.

이것을 보면 사범대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의 모든 학과에서 중등교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대학이나 교육대학원은 중등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사범대학처럼 교직 전담 교수를 채용해서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교육대학원의 경우 선발과정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등록만 하고 과정만 이수하면 누구나 중등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모든 대학에서 중등교원을 양성한다는 것은 중등교원 양성 전문기관으로서의 사범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범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등교원의 전문성을 무시한 결과는 중등교원의 양성 및 임용 과정의 왜곡과 전반적인 교원의 질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공립 중등 임용시험이 해마다 20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양성기관이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보다 임용시험 준비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등교원 자격증의 남발은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립학교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중등교원 자격증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사립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등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채용을 미끼로 사립학교에서 어떤 요구를 해도 비정규직 교사는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기간제 교사에 대한 갑질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모두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교원 양성기관 평가를 실시하여 정원 감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4주기 평가에서 대대적으로 중등 임용 정원을 감축한다고 했으나 사범대 및 일반대 교육과 418명, 교직과정 1368명, 교육대학원 1434명 정도에 그쳤다. 3~5년에 한 번씩 하는 이런 평가 방식으로는 교육대학원 정원을 모두 정리하는 데도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교원 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등교원 자격증 남발의 책임을 대학에 돌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반대학 교직과정이나 교육대학원 양성과정을 통하여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것은 설립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즉각 폐지하고, 중등교사 양성을 사범대학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학교 현장의 수요를 고려해서 사범대학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의대 졸업하면 의사가 되는 것처럼 사범대 졸업하면 중등교사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사범대학 정원만으로도 공급 초과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일반대학이나 교육대학원에서 중등교사 양성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등교원 자격증이 대학으로서는 충분히 장사가 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교육부는 더 이상 책임을 대학이나 학생들에게 돌리지 말고 정책적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등교원 자격증 장사, 이제 좀 그만할 때가 됐다.

<김주환 | 안동대학교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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