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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한 OECD 교육통계(Education at a Glance 2018)를 살펴보다 깜짝 놀랄 만한 수치를 접하였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도 크게 뒤처졌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학교교육에 투입되는 모든 재원을 재학생의 총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정부 교부금이, 대학교는 학생 등록금이 재원의 주요한 원천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약 1만1000달러인 데 반해 대학생은 단 8000달러(R&D 재원 제외)에 그쳤다. 중·고등학생은 이보다 훨씬 큰 1만2000달러였다. 대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연간 재원이 초등학생에 비해 3000달러(약 330만원), 중·고등학생에 비해 무려 4000달러(약 440만원)나 부족한 것이다.

이에 매우 당혹하여 곧장 OECD 주요국들의 수치를 비교해 보았다. 역시 우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OECD 평균치로는, 초등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약 9000달러, 중·고등학생은 1만달러, 대학생은 1만1000달러(R&D 재원 제외)로 집계되었다. 교육단계별로 대략 1000달러씩 순증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내 상식에도 부합한다.  

대학교육의 1인당 교육투자가 초·중등교육에도 크게 뒤처지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이해해 보고자 지난 15년간의 통계 추이를 살펴보았다. 2003년을 기준으로 각각 4098달러(초등학교), 6410달러(중·고등학교), 6213달러(대학교, R&D 재원 제외)로 집계되었다. 과거에는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분명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이후의 추이를 따라가 보니, 이상한 조짐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이 도입된 때이다. 2003년 약 6200달러부터 2009년 8000달러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그 이후 근 10년간 동일한 수준에 멈추어버렸다. 한편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거침없이 상승하여 2013년에 대학생의 교육비를 추월했고, 이후로는 그 격차를 더욱 벌려왔다. 2015년에 이미 초등학생과 대학생 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간 각각 1.4배와 1.5배의 공교육비 격차가 형성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여타 OECD 국가들과도 그 격차를 벌려왔다. 2009년을 전후로 1000달러가량 뒤지던 것이 이제는 무려 3000달러나 뒤처지고 있다.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에 따라 여타 국가들의 1인당 교육비 투자가 꾸준히 증가한 데 반해 우리의 대학생 교육비 투자는 10년째 동결상태이기 때문이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요즘 대학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졸업학점의 축소부터 개설강의 일부 폐지, 동일과목 분반 통합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교육의 본질을 등한시하는 대학본부들의 부도덕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형태의 재정부담 경감 대책은 이미 수년째 대학가에서는 일상화된 풍경이었다. 연봉 3000만~4000만원에 그치는 비정년트랙 교원이 박사급 신규임용의 과반을 차지한 지 오래다.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6만~7만명에 불과하던 유학생 규모는 10년 새 약 2배로 늘어났다. 행정 직원들은 대개 단기 계약직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수업용 기자재나 도서관 장서 등의 구매도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적 교육공간의 확충은 고사하고 시설 개·보수조차 어려운 대학이 수두룩하다. 가히 초등학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로 대학교육을 ‘방치’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의 단 73%에 그치는 것과 달리 초·중등교육의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무려 1.25배에 달한다. 국가적 교육재원의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과연 이와 같은 인적자본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대학교육은 창의적, 창조적, 전문적 인재를 배출하는 종말 단계의 교육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초·중등교육에서 구현하더라도 대학교육이 정체되거나 후퇴한다면, 사회에 배출될 인재들의 우수성은 결코 담보되지 못한다.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치열한 전장에서 그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2009년 (사립대 평균) 741만원이던 등록금은 올해 약 742만원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동결은 사실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과 맞닿아 있다. ‘반값 등록금’을 빠르게 성취하자면 우선 등록금부터 묶어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국가장학금은 무려 4조원대로 불어났다. 기타장학금을 합하여 대학생 1인당 장학금도 약 36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의 반값이 실현된 것이다. 결국 대학재정을 희생양 삼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대학교육의 재정적 위기는 현실이다. 우리의 초·중등교육처럼 OECD 수준의 교육비 투자(1인당 1만1000달러)를 회복해야 치열한 국제경쟁의 각축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다. 그러자면 1인당 약 3000달러의 교육비 재원이 추가로 확보되어야 한다. 원화로는 약 330만원에 달하는 큰 액수이다. 여기에 연간 대학생 수 약 280만명을 곱하면, 대략 9조2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확보가 요청된다. 10년째 묶인 대학 등록금의 대가라 하겠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적 요구에 어떻게 답하냐는 것이다.

혹자는 등록금을 묶었으니 당장 330만원 인상하면 된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 대안이 못된다. 대학교육의 보편화로 대학등록금이 어느새 준조세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등록금 330만원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다음으로 2010년 법제화된 ‘등록금 인상 상한제’로 인해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의 상승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지난 3년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 1.2%를 감안하면, 연간 20만원 이상의 등록금 인상은 금지된 것이다. 결국 국가의 적극적 재정투자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진정 초등학교보다 못한 대학교육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김영철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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