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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위 ‘적폐청산’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북·통일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부는 최근 ‘정책점검 TF’ 활동을 사실상 종료하면서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정책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통일부는 정책혁신위원회가 정책점검 TF의 활동 결과를 토대로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 과정 및 결과를 점검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정책혁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과오를 바로잡고 개선하겠다는 통일부의 의지에는 격려를 보내지만, 몇 가지 우려 사항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책혁신위원회’와 ‘정책점검 TF’라는 명칭이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혁명의 주체인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통해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국가정보원이 ‘적폐청산 TF’를 구성해 과거의 잘못을 가려내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잘못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명칭이 갖는 함의가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혁신위’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잘못 시행된 것들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통일부에 있는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허심탄회하고 투명하게 자기를 던져야 새로운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혁신위 업무는 여러 요인에 의해 왜곡·잘못 시행된 것을 면밀히 파악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이 사실대로 밝혀지지 않고는 올바른 시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혁신위 위원들은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사들이다. 혁신위 위원들은 정책결정 및 추진과정을 통해 문제점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계 기관·인사들과의 문의·토의 내용을 비롯해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였던 공무원들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그 사안에 직접 관여했던 인사들이 혁신위에 참여하여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북·통일 정책은 역사와 민족, 나아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관장하는 통일부는 이번 일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남북관계가 잘못되기 시작했는지,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규정을 잘 지켰는지, 왜곡은 없었는지, 정치적 이용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3대 경협 사업’으로 불리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상생의 상징이었던 금강산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재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서,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일부 직원들은 지난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자신이 관련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혁신위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 희생을 감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대북·통일 정책이 수립되더라도 이미 떠난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혁신위 위원들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책 개선·발전을 모색하는 단순한 용역사업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남북관계 단절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기회에 대북·통일 정책의 주무 부처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확고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이 기회를 의미있고 소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직도 남북대화에 타기관 관계자가 소속을 변경하며 참여하는 행태가 바람직한 것인지, 회담 행사 운영을 통일부가 아닌 다른 기관이 주도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등이다. 또한 남북군사회담을 국방부가, 남북경제회담을 경제부처가, 남북농업회담을 농수산 관련 부처가 주도하려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북·통일 정책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로서 통일부가 전반적인 대북정책 및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관계 부처가 협력하는 체계가 확고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다.

통일·대북 정책의 주관부서와 창구는 명실공히 통일부이다. 이것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발전에 많은 장애가 조성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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