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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다이소

opinionX 2017. 9. 27. 11:12

저가상품 매장의 호황은 세계적인 트렌드인 것 같다. 미국의 ‘1000원숍’ 체인인 ‘달러 제너럴’은 지난 5년간 매장수를 5000여개 늘렸다. 저가제품 수요는 더 늘어 올해도 1000개 이상의 신규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들 매장에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경제적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본의 저가제품 판매 체인인 다이소는 세계 28국에 진출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1000원숍’에 고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청와대에 입주하며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끼기 위해 저가제품 매장을 찾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시장에는 다이소·노브랜드·모던하우스와 같은 국내 업체에다 중국·일본 업체까지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표주자는 다이소다. 일본의 대창산업과 한국의 아성무역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뭐든 다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 ‘다이소’는 대창(大創)의 일본어 발음이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첫 점포를 낸 뒤에 매년 20% 이상의 성장 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점포수는 1190개, 매출(지난해 말 기준)은 1조5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형 슈퍼마켓 3위 업체(GS리테일)보다도 많은 매출액이다. 3만여개의 다양한 품목, 저렴한 가격(1000~5000원 정도),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이 성공의 요인이다. 이를 위해 다이소는 제품 가격을 먼저 정한 뒤 이에 맞는 상품을 구하러 세계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에 불경기와 1인 가구의 증가도 한몫했다.

하지만 질주하던 다이소가 장애물을 만났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다.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지에서 출점 반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문구업체들은 “95%의 점포가 다이소의 진출로 매출하락과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문구류 판매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이소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3000㎡ 이상이 대상인 대형점포가 아니어서 규제받지 않고 어디든 출점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유통 공룡’을 넘보고 있다. 다이소가 출점해 인근 상권이 초토화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다이소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활개 치기엔 몸집이 너무 커진 것 같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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