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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대상의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시범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하여 ‘최소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이다. 매년 고시되는 안전운임은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 및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화주가 일방적인 ‘가격결정자’ 역할을 했다면, 안전운임제는 민주적인 운임결정방식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운임’을 산정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에서도 권고하는 있는 국제적 표준이기도 하다.

제도시행 효과에 대한 평가기준은 법률제정의 취지에 근거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운임’을 보장하여 화물노동자는 물론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왜곡된 화물운송시장 구조를 개선하여 직접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유력한 방안이기도 하다. 법률제정 당시 국토교통부는 일몰 1년 전 제도시행의 성과를 평가하여 그 내용과 의견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의미한 성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화물노동자들의 월소득 증가, 월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근로여건 개선효과가 있으며, 저가입찰 계약 및 다단계 운송거래가 감소하여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에도 상당히 기여했다. 또한 안전운임제를 통해 노사갈등이 제도화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파업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비용 또한 현저히 감소했다. 그 결과 제도 시행 이전까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국가경제 피해규모는 10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제도 시행 이후에는 별다른 사회적 혼란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국내외 학자들도 제도시행 이전부터 연구전담기구를 설립하여 시행효과에 대한 시계열적 분석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제도시행의 효과를 보다 선명히 보여준다. 제도시행 전후를 비교한 결과 다단계 감소를 비롯해 산업구조 개선효과뿐만 아니라 과적 경험은 15.0%포인트, 과속 경험 12.7%포인트, 과로(졸음운전) 경험도 18.5%포인트 감소하여 안전증진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월평균 노동시간도 309.4시간에서 281.6시간으로 약 9% 감소한 반면 시간당 순수익은 9400원에서 1만3100원으로 증가했다.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체제도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화주들의 경우 급격한 운임인상을 제도시행의 반대논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화물노동자들의 시간당 순수익은 운수업 및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 이전처럼 도로운송 공급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 화물노동자들에게 비용과 위험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에도 역행한다.

짧은 제도시행 기간, 현장의 불법·편법적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엄격한 감시·감독체계로 제도준수율을 높이면 효과와 성과는 보다 명확히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안전운임제 존속 여부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고 제도시행의 성과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안전운임제 시행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정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특히 적용대상의 확대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일몰제 자체가 쟁점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취지와 성과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정치권도 이미 제출된 일몰제 폐지와 적용대상 확대를 위한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지금’ 나서야 한다.

 

백두주 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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