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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명의 국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취수원인 낙동강에는 3년째 녹조가 번무하고 있으며, 올해는 흉측한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을 점령할 태세다. 이 벌레는 원래 호수에서 사는 것인데, 보 건설로 물의 흐름이 느려지자 호소로 바뀐 하천에 서식하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대한하천학회 조사결과 유속은 4대강 사업 후 약 1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느려졌고, 4대강 사업 전에 모래와 자갈로 구성됐던 하천바닥은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시궁창 냄새나는 뻘로 뒤덮였고 심지어 뻘의 두께가 10㎝ 이상 되는 지역도 있었다. 물을 담고 있는 그릇 바닥은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고 그릇에 담겨 있는 물은 녹조로 썩어가고 심지어 해괴한 벌레까지 서식하고 있는 게 낙동강의 현실이다.

지난 7월28일 환경부는 칠곡보 인근에서 물고기가 8일 동안 약 400마리 죽었고 현재 폐사 원인을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물고기 폐사 의혹을 제기하자, 일주일 동안 숨기고 있다가 부랴부랴 물고기가 폐사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담당자는 초주검이 되어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했다던데 하루에 고작 50마리 정도의 물고기가 죽었다고 사태를 축소시키고 있다. 환경부 쪽에서는 사태를 축소하거나 은폐할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지 않는다.

9일 오후 세종시 요트선착장 물 위에 떠 있는 큰빗이끼벌레.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 등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환경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_ 연합뉴스


환경부는 용존산소(DO)를 측정한 결과 6.00~14.6PPM으로 정상범위에 있다고 확정하고 독성물질 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금강 물고기 폐사 때도 환경부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고, 칠곡보 물고기 폐사 원인 역시 환경부 의도대로 미궁에 빠질 것이다. 아마도 물고기 폐사원인을 밝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하천학회가 관측한 결과 보 상류의 용존산소는 0.5PPM 이하인 빈산소 상태였다. 보에서 물이 정체되면 오염물질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썩은 오염물질로 인해 무산소층이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 물고기 폐사원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고기 폐사의 궁극적 원인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에 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출현, 물고기 폐사 등 환경적으로 민감한 부작용이 발생하자 환경부는 고장 난 전축을 다시 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가뭄, 온도상승과 같은 자연현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러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우리나라 기후는 봄철에 발생한 가뭄은 늦봄에 장마로 해소되는 특성이 있는데, 3년 연속 가뭄이 심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런 가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도 온도상승으로 녹조가 발생했다는 되풀이되는 환경부의 주장은 한심하다. 지난 3년간 온도상승이 되었다면 얼마나 되었겠는가? 실제로 지난봄의 온도는 예년 온도에 미치지 못했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에 대처해 가뭄을 막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는 구호는 다 어디로 갔는가?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시점에서부터 이처럼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우선적으로 하천의 환경을 완전히 뒤바꾼 4대강 사업부터 검토하고 원인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 그동안 정부는 하천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조건반사적 입장만 고수해 왔다. 하지만 녹조발생, 큰빗이끼벌레 출현, 물고기 폐사 등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다면 그 대책 또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보가 물을 정체시키는 것이 원인임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 정답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인 4대강 사업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고 있는데, 그것은 ‘시한폭탄’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의 후유증 중에서 먹는 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필요할 뿐 아니라 긴급한 일이다. 언제까지 썩은 물을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는 없다. 열심히 잘 받아 적고 있는 환경부 장관에게 ‘적어도 수질개선을 위해서 소신껏 하라’는 말을 왜 못하는가?


박창근 |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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