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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원자력계 종사자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일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고리원전 주변의 경우 쓰나미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도 10m 높이의 방벽을 설치하여 가상의 쓰나미에 대비하는 등 50여건의 이른바 ‘후쿠시마 후속 조치’로 안전성을 높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근래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가 유리처럼 깨질 수 있다’는 식의 비과학적인 주장이 또다시 등장해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2012년 고리1호기의 압력용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을 겪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국내 관련 분야의 민간전문가 10인으로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2주간 독립적인 검토 작업을 수행했다. 검토 결과 고리1호기 압력용기에 대한 건전성평가는 국제적 기술 기준에 따라 적절히 수행되었고, 건전성이 확보되었다는 기술적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본인도 원자로 압력용기와 관련된 연구를 다년간 수행한 인연으로 검토에 참여했다. 그런데, 겨우 2년이 지나 또다시 같은 문제를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압력용기는 원전의 핵심기기로 매우 엄격한 안전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쁜 조건을 가정하고, 그 조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보수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압력용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와 같은 보수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해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압력용기 전문가가 아닌 일반 기술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한 것이 ‘천이온도’라는 것이다. 이런 보수적인 천이온도를 이용해 압력용기에 균열이 이미 있다고 가정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해 갑자기 물을 주입하게 되더라도 파손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허용기준치 이하로 낮을수록 용기가 충분히 건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리1호기의 경우 정밀분석한 결과 1차 계속운전이 끝나는 2017년 기준 천이온도가 127도로 허용기준치인 149도 이하로 만족함을 확인했다. 이는 계속운전 기간에 원자로가 건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시험결과는 2007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 아레바사(미국)의 제3자 검증 등 삼중으로 검증한 바 있다. 심지어 2013년 6월 부산시민이 제출한 고리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에서 대법원이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법률적으로도 압력용기의 건전성은 문제 없다고 판결받기까지 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인어 분장을 한 여성 등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수명 연장 가동 중인 고리원전 1호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고리1호기와 비슷한 해외 원전 사례를 보면 좀 더 객관적인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는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와 유사한 조건의 원전이 10개 이상 있다. 모두 상세평가를 통해 압력용기의 건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고리1호기와 거의 동일한 설계와 제작이력을 가진 키와니, 포인트비치 원전은 상세평가를 통해 건전성을 확인한 후 연장운전 허가를 받아 60년 운전 가능한 정도의 견고함을 확인받았다.
비전문가들도 원전 안전에 관심을 갖고 우려를 표시하는 일은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삼중으로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법원에서까지 문제 없음을 확인한 일에 대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행동은 전문가들이 쌓아온 기술적인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원하는 국민들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한 건전한 비판과 기술적인 문제제기는 원자력계 종사자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듯,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수행된 기술적 평가 결과가 존중받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창희 |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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