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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6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누구 표현대로 이는 ‘거의 사기’다. ‘구라가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 자료를 나에게 주면 세 시간이면 100조원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어느 경제학자가 그랬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경제효과가 450조원이라는 ‘창조적 연구’도 있지 않았던가. ‘경제효과’는 과학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요, 상상력의 공간인 것이다.

올림픽을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평상시라면 절대 짓지 않을 불필요한 시설을 단 보름간의 행사를 위해 짓는다. 신나게 환경을 파괴하며 많이도 짓는다. 누가? 재벌 건설사가. 누구 돈으로? 우리 세금으로. 이게 ‘경제효과’의 실체다. 그러니까 ‘올림픽 경제효과’란 건설사엔 버는 돈이지만 우리에겐 써야 할 돈인 것이다. 그래서 한 외국 학자는 올림픽은 가난한 자의 돈을 부자들에게 옮길 뿐이라고 했다. 올림픽은 곧 양극화다.

‘흑자 올림픽’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회 개최를 위해 쏟아 붓는 지출을 계산하면 무조건 적자다. 무시무시한 적자다. 철도에 7조원, 도로에 2조2000억원, 경기장에 1조2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9조원을 들여 KTX까지 놓는단다. 이제 평창올림픽은 2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건설프로젝트가 됐다. 개최 준비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테러 보안·안전비용에만 2조원이 필요하다. 이런 식이면 개최비용은 30조원을 가뿐하게 넘길 것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LA올림픽을 비롯한 올림픽 흑자사례를 연구해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애석하게도 평창이 참고할 만한 ‘흑자사례’는 없다. 당시 LA는 선수촌을 새로 짓는 대신 대학 기숙사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단 하나의 경기장도 새로 짓지 않았다. 주경기장도 1923년에 지어진 LA콜로세움을 그냥 썼다. 알펜시아 같은 허황된 리조트도 없었고 고속철도도 놓지 않았다.

지금 올림픽은 구조적으로 흑자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특히 개최지에 엄청난 희생을 강요한다. IOC는 경기장 규모, 경기장 간 거리, 선수촌과의 거리 등을 중시한다. 중복투자, 과잉투자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계올림픽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1998년 개최지 나가노는 지금도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후회하고 있고 올림픽을 찬양했던 학자들은 반성하고 있다. 2010년 개최지 밴쿠버는 대회 폐막 후 10억달러 적자라고 했었는데 최근 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적자라고 실토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회 폐막 후의 시설 관리다. 폐막 후 그 거대하고도 많은 시설의 관리는 전적으로 지역 주민의 몫이다. 강릉시는 폐막 후 다섯개의 빙상장들을 컨벤션센터, 체육관, 수영장 등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전환 공사비만 각각 수백억원이 필요한 데다 관리비로 매년 2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인구 20만 강릉시에 과연 적절한 수준인가.

그러니까 문제는 ‘얼마나 흑자를 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자를 줄이는가’이다. 경기장을 크게 짓고 여기저기 공사판을 벌이며 올림픽을 폼나게 치를수록 강원도는 골병든다. 추후 발생할 재정 손실의 싹을 미리 쳐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장 규모를 줄이고 미디어센터, 선수촌은 물론 경기장도 기존 시설을 쓰거나 가건물로 지어 폐막과 함께 철거해야 한다.

IOC와 약속했기 때문에 안된다고? ‘강원도의 발전’이라는 도민과의 약속은 어디 갔나. 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 끈질기게 협상해라. ‘대회 반납 불사’의 자세로 협상해라. 강원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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