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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뜨거운 이슈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 월급(209시간 기준) 174만5150원으로 발표한 이후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가 알바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편의점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많은 언론 보도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였는지는 빠진 채 인상에 따른 부담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보려는 정부와 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일정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단기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와 같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를 제안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수습”이라는 딱지를 붙여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1년 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에는 90%로 임금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회는 내국인과 대비하여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평균 87.5%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20대 국회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차등적용)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최소한 법적으로 헌법 위반이 분명하다. 2007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이라 부르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를 일부 배제하였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당시에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에 비하여 높으므로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현행법에도 어긋난다. ‘근로기준법’은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제6조)고 정하고 있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도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안 된다”(제22조)고 적시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경우는 없다.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필부의 상식에 비춰보더라도 이건 너무 비겁하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은 매년 오를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이 곧 최대임금’인 저임금 일자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시작된 차별은 고령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단시간 알바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집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지금은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강자가 지배하는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것보다 쉬운 일이긴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820원 오른 시급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최저임금 꼼수를 막고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편의점 가맹계약을 바꾸기 위한 을(乙)들의 연대다.

<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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