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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하나밖에 없는 응급실이 문을 닫았다. 면사무소 앞에는 새하동병원의 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고, 마을마다 새해 첫 아침에 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가 방송으로 나왔다. 어? 예전 낡은 건물 옆에다가 으리으리하게 건물 새로 올려서 진료를 시작한 게 작년 8월이지 않았나? 새 건물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다섯 달도 안되었는데 휴업이라니? 

병원이 새로 문을 열고 난 다음,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고열과 몸살이었는데, 읍내에 야간진료하는 의원은 거의 없으니까, 이런 일로도 응급실에 가게 된다.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았다. 환자가 얼마나 와야 이만한 병원이 운영되려나. 예전 건물에서 운영할 때도 응급실 간호사를 제대로 채용하지 못해서, 군 보건소에서 인력을 지원한 전력이 있는 병원이었다. 시골이라 새 건물을 지었으니 한동안은 다른 병원에 다니던 환자들이 한 번씩 와 보겠지만, 뻔한 인구에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리도 없고,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건물을 지었나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병원 건물 바깥에 있던 약국이 얼마 안 있어 병원 건물 안으로 옮긴 것이나, 병원을 오랫동안 지켜온 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들도 간간이 들려왔었다.

병원이 휴업하게 된 것은 수십억원의 부채와 3개월 밀린 임금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 건물을 짓고 4개월 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3개월치 월급이 밀렸다. 그리고 수십억 부채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음 만기일은 꽤나 한참 남았다는 것을 두고도 사람들은 안타까운 소리를 했다. 회사가 어음을 막지 못해서 부도가 난다고 하면, 하루 이틀 코앞까지 어떻게든 어음을 돌려 막으려고 하다가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하고 부도를 ‘맞아 버리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새하동병원이 ‘갚지 못할 것 같은’ 어음은 만기일이 5월30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시골병원이라고는 해도 군에 하나밖에 없는 응급의료기관이고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인데. 하지만 만기일이 다섯 달이나 남은 어음 때문에 병원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병원 문을 닫는 날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현장에 나와 있었다고 했다. 병원 직원들, 보건소 공무원들과 함께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휴업을 위한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봤다고. 직원들은 3개월이나 월급을 못 받았지만, 차분하게  동요 없이 일을 마무리해서 놀라웠다고도 했다. 다행인 것은 아마도 3개월간 밀린 임금은 보증을 통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군 보건소에서는 병원이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을 받고, 지원을 받아 운영을 하는 병원이기는 하지만, 병원의 운영에 대해서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지자체에서 병원 운영을 두고 관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 하지만 새하동병원이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의 운영에 대해 군의회에서도 한참 논의가 있었다. 군 보건소장이 군의원들과 함께 2018년에 병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이 전년도에 비해서 몇 배나 늘었다는 것이나, 새로 병원을 신축한 이후로 환자 수가 얼마나 변했는지 하는 것까지 짚었다.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보건소장은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병원은 건물을 새로 올린 다음, 한두 달 임금을 지급하고, 석 달 임금을 밀리고, 다섯 달 후에 돌아온다는 어음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이 병원이 문을 닫으면, 하동군에는 응급실이 없다. 감염병 격리 병실도 새하동병원을 쓰도록 되어 있다. 읍내에서는 가까운 도시로 가는 것이 30~40분이면 되지만, 다른 면 지역은 읍내까지 가는 데에만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곳도 수두룩하다. 지금 병원은 ‘채무 탕감 후 계속 병원 경영’을 목적으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진행 중이다.

<전광진 | 상추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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