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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법무부에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핵심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외국인 정책’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참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유학생, 혼인이주자, 외국인 노동자, 이주아동, 난민 등 다양한 체류 목적을 가진 외국인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정책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대감을 품고 본 보도자료에는 그동안 시행되어온 정부 정책 중 국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일부 다문화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순간 보도자료가 누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존 정부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새로운 외국인 정책방향을 논의한 첫 회의 결과가 ‘정부가 그동안 다문화가족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었다’는 것뿐이라니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개선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복지와 관련한 지원정책(주택, 보육, 학자금 등)은 소득을 선정기준으로 하고, 사회적 다양성 증대를 위한 제도(대학 특례입학, 특별전형 등)는 그동안의 지원현황을 파악하고 정책 효과성을 차분히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한다면 그동안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이 시혜적 지원정책 위주로 이루어진 것인지, 당사자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보다 편의주의적으로 기존 지원정책에 억지로 끼워 넣어왔던 것은 아닌지 정부의 진지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제도를 만든 당사자가 그에 대한 반성문을 쓰면서 자기 잘못에 대한 고백 없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이 특혜를 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겁하다.

사실, 급한 일은 따로 있다. 교육부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등록금을 마음대로 올리기 어려워진 대학들이 재정확보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유학생을 유치했고, 교육부는 이에 대해 정원 외 입학허용과 어학연수 기관에 대한 느슨한 인증제도로 사실상 묵인하였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선과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퇴직금을 출국 이후에 지급하며,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엄격한 통제 정책으로 일관된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 

2018년 12월 기준 고용허가제에 따라 유입된 통제된 노동이민자의 숫자는 27만명인데, 현실에는 단순노무 업종을 포함하여 자유롭게 취업활동이 가능한 노동이민자의 숫자가 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국제인권기구에서도 고용허가제의 근본적 개선을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인신매매와 성매매 착취로 이어지는 현행 예술·흥행(E-6) 체류자에 대한 실태조사와 이들을 초청한 공연기획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에 대한 행정절차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외국인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이후 확정일자와 거소신고를 하더라도 주민등록자가 아니라서 전입가구 열람내역에 등재되지 않아 건물이 경매에 넘겨지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경매 통지서조차 받지 못한다.

외국인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은 늘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권의 침해는 다수의 공감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문명사회의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보다 한 나라의 법과 제도를 담당하는 법무부에는 부당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의지가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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