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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자 신문에는 정부가 내년 8대 서민 희망 과제로 보육, 아동 안전, 교육·문화, 주거·의료,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족 등을 선정하고 올해보다 3조원이 늘어난 32조 1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특히 3대 핵심 과제인 보육, 전문계고 학비 지원, 다문화가족 지원 분야에서는 3조 7000억 원이 신규로 배정되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450만원(맞벌이가구는 600만원) 이하인 가정이 어린이집에 만 0세에서 5세인 아이를 보낼 경우 보육비를, 전문계고 학생들의 수업료와 입학금(학생 1인당 연평균 120만원)을, 다문화가족에게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비를 전액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다문화가족의 보육비 지원의 경우, 대부분의 다문화가족 유아를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교사들은 이미 다문화가족의 유아들에게 이러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전에 대부분의 다문화가족이 차상위계층으로서 100%의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교사들은 이들이 다문화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국제결혼을 하는 농촌총각의 약 20%가 기초수급대상자이고, 다문화가족의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등 그들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이 현 실정입니다.
그래서 보육료 지원을 받아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방과 후 수업에는 거의 참여를 못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방과 후 수업은 지원이 안 되는 항목이라 따로 부담을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간혹 방과 후 수업에 참여를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008년 9월에 시행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해 현재 전국에 160여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예방하는 다문화이해교육, 가정폭력피해자의 보호와 지원, 산전·산후 건강관리, 아동 보육·교육, 직업 교육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다문화교육의 경우, 소수집단을 대상으로 한국의 언어, 문화, 풍습 등을 알려주고 빠른 시간 내 한국 사회에 적응하여 동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로 결혼이주여성 센터, 외국인 근로자 센터, 종교단체, 그 외 비정부기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부분과 다수집단을 대상으로 다른 나라의 음식, 놀이, 미술, 전통 등을 체험하거나 외국어 배우기, 다문화축제에 참가하기 등의 피상적이고 흥미 위주의 교육이나 일회적 행사로 진행되는 초보적인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대책들은 주로 다문화가족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일회성이나 단기간에 실시되어 다문화가족이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의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데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알고 있다 할지라도 교통이 불편하고 바쁜 농사일과 가사일의 이중부담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주로 도시에 거주하면서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자조모임이 활발하고 한국말이 능통하여 그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다문화가족들만이 반복적으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고 있는 거죠. 즉 받는 사람은 계속 받고, 못 받는 사람은 계속 못 받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과 실정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정책과 지원 방안에 의해 다문화가족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물질적,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다른 한국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현장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국어교육, 직업교육, 육아보조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다문화가족을 도와주고 있는 비정부기구의 회원들조차 이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은 충분히 제공되었고 더 이상의 정책과 제도는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들 조차 만날 그 얘기가 그 얘기라고 할 정도로 같은 수준의 문제 제기가 반복되고 있으며, 벌써 다문화라는 주제 자체가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문화가족은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높은 학업 중도 탈락률, 진학 지도의 부재로 인한 낮은 상급 학교 진학률, 의료 서비스의 부족과 육아 상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든 상황 등 아직도 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가지고 취약한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즉 정부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곧 바로 다문화가족의 처우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는 거죠.

그러므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실지로 다문화가족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다문화가족이 이미 충분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이제 우리가 다문화가족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생각과 같은 착시현상을 시급히 수정하여 다문화가족의 현실을 왜곡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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