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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음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일부와 진보정의당 쪽에서는 안 전 교수가 야권의 외연 확대를 위해 다른 곳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전 교수 측은 새 정치를 위해서는 노원병 출마가 최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의 출마가 야권의 재편 구도에 영향을 줄 중요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안철수 전 교수 보궐선거 출마 (경향신문DB)



■ 1개 의석 아닌 ‘부정의’ 바로잡는 노회찬 뜻 담긴 자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는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인한 통상의 보궐선거가 아니다. 다수 국민의 상식에 위배되는 대법원의 삼성 X파일 유죄 판결로 발생한 선거이다. 


노원병 유권자들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대표를 서울에서 가장 커다란 표 차로 당선시키면서 정치적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납득할 수 없는 X파일 유죄 판결로 상식과 정의는 무너지고, 좌·우, 진보·보수를 넘어선 공분을 불러왔다. 152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문제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정치인 개인의 사면을 요구하는 서명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노회찬 대표 사면운동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진보정의당은 노원병이 자신의 사유지임을 주장하지 않는다. 선거 발생 사유를 볼 때 이 보궐선거는 각 정치세력이 1개 의석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 ‘부정의’를 바로잡고, 사법정의와 경제정의로 나아가는 것이 이 보궐선거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경제민주화가 이미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시대 화두로 확고히 자리잡은 상황이다. 4·24 보궐선거는 시대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초거대기업 삼성과 권력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로 인해 치러지는 이 독특한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는 것인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 발전 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본질적인 사회정의에 관한 것이다.


불행히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출마는 이런 과제와 무관한 듯하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 자체는 비판할 일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빈자리가 생겼으니 내가 들어가 새 정치를 시작할 것이고, 노원병은 그 발판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접하지 못했다. 새 정치를 말하는 안 전 교수는 거대 재벌의 횡포에 외롭게 저항한 진보정치의 노력에 공감할 여지가 없다는 것인가? 안 전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노회찬과 진보정의당쯤이야 무시하고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비추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그러한 배려 속에 서로를 존중하는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는 다른 정치세력에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진보정의당은 공당으로서 책임있게 이번 선거에 임할 것이다. 삼성 X파일 문제를 세상에 용기 있게 꺼내, 그 누구보다 경제정의와 사법정의 수호에 앞장서온 진보정의당 대표 노회찬의 뜻을 계승할 것이다.


노회찬의 뜻을 다른 정당의 누가 대신 계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보정의당은 후보를 내어 노원 주민의 판단을 다시 구하고자 한다. 삼성 X파일에 대한 국민 법정이나 다름없는 보궐선거에서 누가 과연 유죄인지를 입증받고, 정의를 세우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권태홍 | 진보정의당 사무총장>



국회 떠납니다 (경향신문DB)



■ 안의 출마 이유는 ‘새 정치’인데 왜 지역구도만 말하나


기대가 많아서 그럴까? 안철수 전 교수의 출마 지역구 논란이 계속되는 현상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법적 하자가 없다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후보자는 출마할 수 있고, 당선 여부는 해당 지역구 유권자가 결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 노원병 지역구에 나오지 말라는 목소리의 출처는 대략 두 정파로 요약된다. 먼저 민주통합당 주류와 강단 좌파다. 이들은 안철수가 ‘쉬운 승부’가 예상되는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부산 영도에 가서 현 정부 실세를 꺾고 지역주의 청산에 기여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안철수답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많은 오류가 있지만,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안철수는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좌파 진영을 위하여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결국 기득권 정치세력의 적대적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의 실패는 야권 단일화의 최종 내용, 즉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 주류 세력이 국민이 신뢰할 만한 미래 대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이번 출마 이유는 바로 그들과 다른 정치, 진심과 상식의 정치, 그리고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만일 안철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한다면 그것은 지역주의 극복보다는, 민주당과의 연대 선거가 될 수밖에 없고, 대선 패배 분풀이 선거가 된다. 지역주의 극복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는 아니다.


두번째 오류는 노원병 선거 의미를 의석 하나로 축소하고, 이미 실패한 바 있는 ‘야권연대’ 모델의 선거로 재추진하려는 것이다. 노회찬의 의원직 상실은 검찰·사법 개혁 및 재벌 개혁이라는 과제를 다시 각인시켜준다. 이 과제를 실제로 누가 추진할 수 있을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일하게 삼성 반올림 노동자 현장에 갔었으며 기득권에 본질적으로 도전한 유력 후보가 안철수였음을 상기하고 싶다. 게다가 만일 안철수가 노원병에 출마하지 않으면 민주통합당 혹은 진보정의당이 승리할 수 있는가?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 반대의 다른 주역은 노회찬 및 진보정의당이다. 그들은 이 지역구가 마치 독점 상권인 것처럼 주장하며 안철수는 다른 동네로 가라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에 겪었던 진보 정당의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이념은 진보일지 몰라도 문화와 행태는 봉건이고 꼼수였던 그 상황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평가가 결국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보세력이 국민 앞에 더 겸손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나 혼자뿐일까? 


안철수의 출마 선거구 논쟁은 이제 접었으면 한다. 대신에 안철수가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선거 과정에서 기대해보고 평가해 보자. 


<조정관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부산 영도 선택하면 여권 지형 바꿔 보수 편향 개선할 것


2017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변함이 없을까? 그렇다. 이념적으로도 보수 우위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힘들다. 또한 지역구도도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전 교수의 귀환을 보는 시각을 단순한 야권의 재편을 넘어서 보수정권 교체라는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실망이 있고, 안철수 현상을 ‘의석’으로 가시화해야 하는 바람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래서 4월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라는 조기등판론의 도출은 일견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음 대선을 생각해보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안 전 교수가 만약 부산 영도를 선택한다면 어떤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1991년 3당 합당 이후 고착되었던 지역구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범야권이 PK(부산·경남)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은 40%였다. 최고 득표율을 돌파하지 않고는 수도권에서 5~10%포인트를 이겨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안 전 교수의 신당이 부산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킨다면 상대방 근거지가 흔들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노원병 출마는 야권의 정치지형을 흔드는 효과에 국한하지만 부산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과 싸워 승리하면 여권의 지형도 바꿀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중간자라는 안 전 교수의 독특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궁극적으로 통합하거나 연대한다고 할 때 규모의 승수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역사에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지역기반과 감동, 스토리 등 여러 가지를 구비했다. 노원병 출마는 지역기반도 감동도 없다. 또 부산 출마는 ‘노무현의 길’을 따라 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고 이런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협력자에게 정중히 요구하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에서는 정치공학적 계산이야말로 지역주의에 함몰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지역구도는 현실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 지역주의적 사고에 매몰된 것이라는 비판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문재인 의원과 함께 동거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부담도 부차적이다. 부산 국회의원으로 규정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호남표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호남의 역사적 선택과 지혜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안 전 교수가 어디를 선택하든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진 빚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는 꿈이고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 전 교수가 운동장을 바꾸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민병두 | 민주통합당 전략홍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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