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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산 ‘유출’ 및 ‘누출’ 사고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또 며칠 전 불산을 실은 컨테이너가 전복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런데 언론마다 ‘불산 유출’과 ‘불산 누출’을 혼용하고 있어 헷갈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유출(流出)과 누출(漏出)의 정의를 살펴보자. 사전에서 ‘유출’은 ‘밖으로 흘러 나가거나 흘려 내보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누출’은 ‘액체나 기체 따위가 밖으로 새어 나옴. 또는 그렇게 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시흥 시화공단서 불산100여ℓ누출 (연합뉴스)


이 뜻풀이만으로는 설명이 서로 엇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런데 ‘유출’의 두번째 뜻풀이에서 차이점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귀중한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불법적으로 나라나 조직의 밖으로 나가 버림. 또는 그것을 내보냄.’


‘유출’은 다소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색채를 띤다. 따라서 ‘회사 기밀 유출’ ‘폐기물 유출’ ‘시험 문제의 사전 유출을 막다’처럼 불법임을 알고 있거나 인식하고 있는 사건이나 사고, 의도적이거나 고의적인 행위에 쓴다.


반면 ‘누출’은 의도하지 않게 저절로 이뤄지는 현상일 때 쓴다. ‘가스 누출’ ‘불산 누출’ ‘방사능 누출’ 등 피동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현상, 즉 고의성이 없는 경우에 사용한다. 고의성이 있으면 ‘유출’, 없으면 ‘누출’로 기억해도 될 듯하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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