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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장의 사진이 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방송 뉴스 캡처 사진이다. 사유리는 지난 16일 방송과 이튿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 4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자발적 비혼모’라는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물론 정치인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유리를 언급하며 “아이가 자라게 될 대한민국이 더 열린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유리와 친분이 있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SNS를 통해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답다”고 축하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비혼출산 합법화 문제를 제기했다.

자발적 비혼모는 결혼하지 않고 자발적 의지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키우는 여성을 말한다. 외국에선 ‘초이스 맘’으로 불리는데,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2008년 방송인 허수경씨도 비혼 상태에서 정자기증을 통한 시험관 아기 출산 소식을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엔 결혼은 싫지만 아기를 갖고 싶은 여성을 설정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까지 방영됐다.

사유리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기 몇 시간 전 정부는 보호출산제 검토 방침을 밝혔다. 입양 전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제도가 산모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로 입양 대신 영아 유기·살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진 데 따른 대책이다.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생명은 더할 수 없는 축복인데, 어떤 생명은 고통이라니.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와 ‘보호출산제’ 모두 본질적으론 같은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핵심은 자발성이다. 여성들이 편견·관습 또는 법, 양육 환경에 매이지 않고 결혼과 임신, 임신중단, 출산 등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자발적으로 가질 수 있을 때 아이와 부모, 사회 모두 행복하다. 국가 현안인 저출생 문제 해결의 열쇠도 여기에 있다.

송현숙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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