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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국선변호인

opinionX 2017. 11. 29. 11:10

2013년 인기를 끈 TV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목들)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국선전담변호사’였다.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겨야 진실’이라 여기는 속물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와 정의감에 가득 찬 변호사 차관우(윤상현)를 만나 ‘진짜 변호사’로 거듭난다. 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피고인>에도 국선변호인이 등장했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를 돕는 서은혜 변호사 역을 맡아 활약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한 장면.

국선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밝히고 있다. 형사소송법 33조는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미성년자·70세 이상·농아자·심신장애 의심이 있거나,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됐는데 변호인이 없을 경우 법원이 변호인을 직권 선정토록 했다. 경제적 사유로 변호인을 못 구한 경우도 피고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변호인을 붙여줄 수 있다.

국선변호인은 <너목들>의 장혜성처럼 국선 사건만 맡는 국선전담변호사와 다른 사건도 수임하는 일반 국선변호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법원의 위촉으로 월급 형식의 정액 보수를 받고, 후자는 건별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일단 선정되면, 피고인의 범행수법이 잔인하다거나 피고인과 소신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는 사임할 수 없다. 헌법이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1975년 55일에 걸쳐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김대두조차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들이 연이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5인 모두 국선전담변호사다. 이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접견조차 거부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변호)하라”며 압박한다. 변호사의 숙명이지만 난감하겠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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