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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다시 맞서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초고소득자 소득세·법인세 인상 개정안 등 25건의 법률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의 법정시한인 12월2일 내 처리 의지를 비쳤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의 양보 없이는 예산안을 시한 내 처리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들이 2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긴급 예산회동에 앞서 사진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세균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큰 것은 5349억원이 편성된 공무원 증원과 2조9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이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부분인 만큼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들은 이를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제기된 문제가 반년이 넘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되어 시민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게 옳다.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선택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야당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적폐청산 등 예산안과 아무런 연결성이 없는 사안을 한데 엮는 구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막판에 끼워넣는 쪽지 예산 관행도 여전한 모양이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 데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올해보다 20% 삭감돼 의원들의 치적 높이기용 예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은 예산을 증액할 경우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쪽지 예산은 법 위반이다. 시민들에게는 부정청탁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의원들끼리 밀실에서 나랏돈을 주무르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한다면서 “정부·여당이 원안을 고집하면 정부 예산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예산안에 절대 반대를 선언한 한국당 편에 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함으로써 당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수적인 우위를 이용해 예산안을 놓고 여당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저버리는 일이다. 여당도 자동상정으로 처리할 요량으로 법정시한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협치하겠다는 자세로 예산안 심의에 임해야 한다. 여야는 필요한 곳에만 나랏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예산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남은 사흘 동안 나랏돈 쓸 계획을 미리 정하는 일만이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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