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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정의당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아예 없애고, 소속 의원들의 해외연수 참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의 공약이 호응을 받을 만큼, ‘연수’의 탈을 쓴 ‘관광’으로 변질된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적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낸 게 2016년 7월 충북도의원들의 ‘수해 중 해외연수’다. 당시 충북지역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 도의원 4명은 프랑스·이탈리아로 8박10일 연수를 떠났다. 파리 개선문, 피사의 사탑, 모나코 대성당 등 관광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학철 도의원의 ‘레밍 발언’까지 더해져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가 이슈로 대두됐으나 이내 흐지부지됐다.

2010년 7월~2014년 6월 민선 5기 광역과 기초의원들은 총 2282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2014년 7월~2018년 6월 민선 6기 기초의회가 실시한 해외연수만 1295건에 달한다. 연수 비용으로 223억원을 썼다.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는 것은 연수 명목과는 달리 관광성 외유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가령 TV 예능 <꽃보다 누나> 흥행 직후에는 크로아티아, 체코 등이 지방의회 연수 지역으로 부상했다. 민선 6기 4년 동안 13곳의 기초의회가 인도 연수를 다녀왔는데, 코스가 델리·아그라·바라나시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배울 선진 사례가 있어서가 아니라, 타지마할·아그라성 등이 있는 곳이기 때문일 터이다. 일정이 비슷하다보니 보고서를 서로 베껴 제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미국·캐나다 연수 중 벌인 갑질, 추태가 도마에 올랐다. 박종철 군의원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일부 군의원은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번 연수도 스미소니언 박물관, 나이아가라 폭포 등 관광 일정으로 빽빽하다. 1인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을 썼다. 예천군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26위다. 그야말로 ‘혈세’를 ‘관광연수’에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낯 뜨거운 추태까지 벌였으니 주민들로서는 뿔이 날 수밖에 없다. 세금만 낭비하는 ‘해외연수’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아니면 정의당 공약대로 아예 없애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됐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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