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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도비탄

opinionX 2017. 9. 29. 10:48

탱크전을 다룬 미국 영화 <퓨리>에서는 날아온 포탄이 탱크에서 튕겨나가는 장면이 몇차례 나온다. 탱크가 파괴된 줄 알고 환호했다가 반격당하며 당혹해하는 배우들의 일그러진 표정이 인상 깊었다. 탱크에 특수 장비가 부착된 것은 아니다. 포탄이 다른 물체에 부딪쳐 튕겨나가는 도비탄(跳飛彈) 현상일 뿐이다. 성벽 외부를 사선으로 쌓는 축성기법과 2차 세계대전 시기의 경사장갑 탱크 등장은 이 현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도탄 사격’ 전략도 있다. 전쟁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선 미군 병사가 사각에서 날아온 도탄 사격에 부상당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의 날을 앞둔 28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비탄 현상은 탄환이나 포탄이 바위나 대나무 등 주로 딱딱한 물체에 부딪쳤을 경우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흔히 군부대 사격장 주변은 총탄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입자가 고운 마사토로 조성한다. 도비탄 현상은 물에서도 발생한다. 물수제비를 연상하면 된다. 특히 바닷물은 상당히 밀도가 높아 반탄력이 상당하다. 군부대가 많은 전방지역에서는 도비탄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경기 포천에서는 미군 사격훈련에 의한 도비탄으로 추정되는 총탄 2발이 민가 주변 목장에 떨어져 주민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군 복무 시절 기관총 예광탄 사격을 해본 사람들은 이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진지공사 후 부대로 복귀하던 병사 한 명이 머리에 총탄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병사는 사격훈련이 진행 중인 인근 군부대 사격장을 지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병사의 몸에서는 사격장에서 사용된 K-2소총탄과 같은 탄환이 발견됐다. 군은 도비탄으로 추정했으나 유족은 의문을 제기한다. 시신에서 발견된 탄환이 찌그러지지 않고 온전한 상태이므로 도비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소행 주장도 나온다.

의문은 조사를 해야 풀리겠지만 군의 안전시스템이 고장난 것만은 분명하다. 사고 당일 사격장 인근에는 경계병들이 있었지만 숨진 병사 일행을 제지하지 않았으며 인솔 장교도 별일 없을 것으로 보고 이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총탄에는 눈이 없다. 안타까운 사고 원인은 도비탄이 아니라 군의 안전불감증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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