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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동물권

opinionX 2019. 1. 29. 10:29

이마누엘 칸트는 “동물은 사유하지 못하므로 이성적일 수 없다”고 했다. 데이비드 흄은 “동물들이 인간처럼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다”고 했고, 피터 싱어는 1975년 펴낸 <동물 해방>에서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라고 주장했다. 현대에 이르러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흄, 싱어의 주장에 가깝다. 반려동물 250여마리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살해당한 ‘케어 사태’는 우리가 잊고 있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준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버려지거나 유실된 반려동물은 10만마리가 넘는다. 이들은 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간 뒤 15%만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30%는 새 주인을 만났고, 27%는 자연사했으며, 20%는 안락사를 당했다. 버려진 개들에 대한 삶을 추적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펴낸 소설가 하재영씨는 책에서 ‘분양은 그중 일부가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진다는 것이고, 자연사는 상당수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동물을 죽을 때까지 방치했다는 의미이고, 안락사는 개들의 20% 정도가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근육만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반려동물들이 ‘대량 유기→대량 학살’로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이유는 “사나워서” “가족·이웃과의 부적응” “질병 때문에” 등 다양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무책임이다. 막연히 ‘이쁘다’는 이유로 키우다 여러 이유들을 내세워 내다버리는 것이다. 반려동물 수가 1000만마리에 달하지만, 법으로 의무화된 등록 동물 수가 117만마리에 불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해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면서 대량 생산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잡고 있다고 한다. 올 3월부터는 도사견 등 맹견 5종을 키우는 사람에 대해서는 교육이 의무화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의무적으로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독일에서 동물을 키우려면 세금도 내야 한다. 동물권 보호의 시작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려는 사람의 마음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 제도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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