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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브라운관 TV

opinionX 2014. 12. 9. 21:00

서기 3000년을 기준으로 인류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 100명을 꼽는다. 이런 발상을 담은 책 <서기 3000년>은 첫번째로 생명과학자를 소개한다. 진화론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예수·석가모니는 그 뒤였다. 그럴 만한 것이 그의 업적은 인류 영생의 비법 개발이었다.

이 책은 2600년경 인류 영생이 실현되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데, 정작 이 과학자는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필자에게 100명 중 한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독일 물리학자 브라운을 추천할 것 같다. 브라운관 TV의 브라운관을 개발한 그 브라운 말이다.

TV는 지난 60여년간 세계인의 삶과 정신을 함께 지배했다. 이만큼 인류를 사로잡은 ‘종교’는 없었다. 수십억명을 한결같이 매혹시킨 신이 역사에 등장한 적 있었는가. 이런 측면에서 브라운은 서기 3000년 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이처럼 TV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 미국에서 30일간 TV 시청을 중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조사 대상자들에게서 흡연, 음주, 심한 우울증, 의사소통 단절 등의 병적 증상이 나타났다. 실험에 참가한 120가구 중 92가구는 TV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TV 속 세계가 현실이며 현실이 오히려 허위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른바 TV증후군이다. TV에 빠져 사고력과 판별력이 모자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점차 인터넷과 휴대폰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TV의 위상은 아직 건재한 상황이다.


브라운관 TV가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보도다. 아직까지 브라운관 TV를 제조 중인 일본과 인도 업체들이 내년 중 생산을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액정 TV 등 첨단 TV에 밀려나는 것이다. 브라운관 TV의 퇴장 소식을 들으니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물론 TV는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을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TV의 노예요, 로봇이었다. 브라운관 TV 시대 이후에도 인류는 여전히 TV에 지배당할 것인가.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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