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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2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서산 A지구 간척공사의 최종 물막이 작업에 대형 폐유조선을 동원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계획공기 45개월을 35개월이나 단축한 이 공법은 ‘정주영 신화’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의 관심과 찬사는 이른바 ‘정주영 공법’에만 있지 않았다. ‘바다를 막아 옥토(沃土)를 만드는’ 간척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기대와 환영 일색이었다. 당시 서산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펼쳤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사람들은 국토가 넓어진다고 환호했다”고 회고했다.

2003년 3월 전북 부안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성직자를 필두로 주민·환경운동가 등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결정판으로, 서울까지 65일간 305㎞에 이르는 고난의 대장정이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새만금 소송이 2006년 대법원에서 패소함에 따라 간척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새만금 보호운동은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태안군 태안읍 어은리·도내리 갯벌에서 한 어민이 바지락을 줍고 있다. (출처 : 경향DB)


2014년 12월 해양정책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 ‘해양-연안관리’는 ‘한국의 갯벌시스템: 에코시스템, 간척과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특별호를 발간했다. 특정 국가의 문제를 특별호로 다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한국 갯벌에 대한 세계 학계의 관심을 반영하는 사건이다.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학술지 측으로부터 한국 갯벌 특별호 발간 요청을 받고 편집인을 맡아 4년간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실이다.

서해안 갯벌은 세계적이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 5대 갯벌이라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남북한의 서해안과 중국 발해 연안을 포함한 황해 전체의 순 갯벌 면적은 1만2600㎢로 독일·덴마크·네덜란드 와덴해 갯벌의 4700㎢를 능가한다. 특별호는 서해안 갯벌에 대해 대규모 간척의 중단과 보전 전환, 생태계 단위의 보전을 제안한다. 강화 남단, 서천, 곰소만, 신안 갯벌 등 주요 갯벌에 대해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강도 높게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와덴해갯벌국립공원을 능가할 서해갯벌국립공원의 탄생을 꿈꿔본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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