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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식히기 위한 ‘신(新)기후체제’ 출범이 임박했다.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새로운 기후 의정서(가칭 ‘파리의정서’)를 채택하면,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던 교토의정서 체제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지구촌이 합의한 것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는 ‘2도 목표’이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생물 30%가 멸종위기에 빠진다고 유엔은 경고한다. 3도 이상 오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100만명 이상이 홍수에 노출된다.

지난달 27일 스위스는 세계 최초로 신기후체제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50%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유럽연합(EU)과 28개 회원국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리마결정문에서 모든 국가가 2020년 이후의 감축 목표를 올해 9월까지 제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리마결정문은 특히 각국에 기존 수준을 넘어선 감축 목표를 요구하는 등 감축 수준과 관련해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후퇴 방지’ 원칙이다.

또한 각국이 감축 목표를 제출할 때에는 자국의 목표가 ‘2도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경제수준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했을 때 자국에 공평한 감축 수준인지를 설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와 EU는 감축 목표 제출문서에서 유엔 기후변화패널이 제시한 감축권고(선진국은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80~95% 감축)와 자국의 감축 목표를 비교해 자국 목표가 ‘2도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의욕적 목표임을 설명하고 있다.

각국의 감축 목표 제출은 지구촌이 합의한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감축량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모든 국가들이 의욕적인 감축 목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2도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축 수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한국은 경제규모 14위, 온실가스 배출량 7위에 올라 있다. 배출 책임에 상응하는 감축 목표를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500여개가 참여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12일 문을 열어 부산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거래 시작가 7860원이 표시돼 있다. _ 연합뉴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주요 20개국(G20)은 올해 상반기 내에 감축 목표치를 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도국도 상반기 제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은 그간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하고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리더십을 보여왔다. 이에 늦어도 상반기 내에 경제위상에 걸맞은 목표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축 목표의 형태 역시 중요하다. 한국이 지난 2009년 발표한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 목표’는 의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배출전망치를 재산정해 국제사회에 공언한 목표를 수정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EU 등이 사용한 기준연도 감축 목표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볼 시점이다.

환경부 장관 재직 시절 수석대표로 참여했던 더반총회의 한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총회 막바지였다. 인도가 중국과 함께 신기후체제 출범을 끝까지 반대해 전 세계의 비판을 받았다. 어느 순간 중국마저 인도를 외면하고 사라지면서 인도가 전 세계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결국 신기후체제 형성에 떠밀려 동의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쳤던 장면이다.

한국이 G20에 요구되는 올 상반기 제출의 때를 놓치고, 국제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감축 목표 제출도 놓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에 떠밀려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 더반총회에서의 교훈을 되새겨볼 일이다.


유영숙 |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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