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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소원이 있어요.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입니다.”
2011년 당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 축구의 세 가지 소원을 꼽았다. 중국 언론은 이것을 ‘족구몽(足球夢)’이자 ‘중국몽(中國夢)’이라 했다. 중국 축구의 꿈은 곧 중국 인민의 꿈이라 한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부동의 G2 반열에 올랐지만 유독 축구에 관한 한 힘을 쓰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만 만나면 위축되는 공한증 때문에 역대전적(1승12무16패)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샤오황디(小皇帝·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자녀)를 양산하면서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프로축구계에 난무하는 승부조작 등이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급기야 2013년 6월15일 한 수 아래로 평가된 태국에 무려 1-5로 참패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중국인들은 이를 ‘6·15 참사’라 했다. 이미 ‘족구몽’의 염원을 드러낸 시진핑 주석은 대대적인 ‘축구공정(工程)’에 나섰다. 계약기간이 1년6개월이나 남은 카마초 감독을 위약금 645만유로(약 95억원)를 주고 전격 해임했다. 2014년 11월에는 축구를 대륙의 초·중학교 필수과목으로 승격시키는 파격을 단행했다. 축구협회장에 탁구스타 출신인 차이전화를 임명하는 극약처방을 쓰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거는 ‘축구공정’ 드라이브는 심상치 않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부동산개발 업체인 헝다그룹, 다롄완다 등이 앞다퉈 프로축구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공격수 우시가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15분 동점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_ 뉴시스
그런데도 국내에는 ‘중국 축구가 그래 봐야 어디 가겠냐’고 폄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2010년 한국 축구가 3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0-3으로 완패한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에 한층 탄탄한 전력으로 출전했다. 그들은 8강 상대로 호주보다 한국이 낫다고 한단다. 이제 공한증은 없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1억6000만명에 달하는 어린 학생들이 축구를 정식 과목으로 배운다는 것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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