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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리그로 강등된 프로축구 경남FC가 팀 해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그제 “특별 감사 후 팀 해체를 결정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거친 입담을 보여주는 홍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것이다. 이것이 아마추어와의 차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홍 지사 말대로 경남의 강등이 리더십 부재와 선수들의 프로 근성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13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쓰고도 참담한 결과를 낸 데 대해 구단주가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홍 지사가 ‘구단 해체론’을 들고 나온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본다. 경남은 지난 2005년 도민주 공모로 창단됐다. 그동안 FA컵에서 2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고 숱한 국가대표를 키워냈으며 국가대표팀 감독(조광래)을 배출하는 등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홍 지사는 이런 명문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싹 무시하고 단 한 번의 강등에 책임을 물어 팀을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

경남FC 골키퍼 최봉진이 “팀이 해체가 안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말했다. (출처 : 경향DB)


실수를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다. 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승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실패를 딛고 재기하고, 경기력을 키워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 스포츠의 정신이고 스포츠가 주는 감동 아닌가. 그럼에도 홍 지사가 구단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을 두고 축구계에서는 핑계 김에 자신의 정치적 실익도 없이 재정이나 축내는 ‘앓던 이’를 뽑아내려 한다고 비판한다. 자신이 선임한 사장과 임원 등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구단주의 책임 회피라는 말도 나온다.

예산 지원의 어려움을 겪는 구단은 경남만이 아니다. 또 대전, 대구, 강원, 광주 등 4개 구단은 이미 2부리그에서 뛰었다. 올해 대전과 광주는 1부리그로 승격했고 강원은 살림살이를 줄여서 첫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도민구단을 수익성의 잣대로만 보면 안된다. 지역사회 통합과 주민들의 즐거움 등 공공재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FC는 창단 당시 4만여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한 특별한 구단이다. 따라서 홍 지사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팀을 해체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2의 창단 각오로 팀을 쇄신해 도민과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는 구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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