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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가 그제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편파판정,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폭력·성폭력)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269건의 신고·제보가 접수돼 그중 118건이 조사 종결됐다고 한다. 이번 발표로 13억원이 넘는 공금을 빼돌린 대한택견연맹 회장 등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라도 ‘복마전’이라는 체육계 비리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신고센터·합동수사본부까지 꾸려 10개월간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치고는 그리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안 가운데 검찰 송치와 수사 의뢰는 각각 단 2건에 불과하다. 25건은 경기단체 자체 처분,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처리하는 데 그쳤다. “역대 정부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일”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라는 문화부의 호들갑이 무색한 결과다. 게다가 문화부가 실적 과시를 위해 아직 수사단계인 내용을 공표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별관 브리핑룸에서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최근 정치권과 체육계의 이슈가 된 승마·펜싱협회 관련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대통령 비선 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 딸의 ‘공주승마’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합동조사반의 무리한 조사로 전직 펜싱 감독이 자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알맹이가 빠진 채로 결과 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문화부가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과 관련해 승마협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의 경질을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날 브리핑을 주관한 김종 차관이 바로 문화부와 산하단체 인사 개입 창구로 거론된 당사자다. 그럼에도 김 차관은 정작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긴급한 사안도 아닌 조사 결과를 휴일인 일요일을 택해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민감한 의혹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피해 보려는 꼼수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문화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수준 미달 문화부’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체육계 비리도 지금껏 상황을 방치해온 문화부의 책임이 크다. 스포츠계의 해묵은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문화부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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