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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워라밸 지수

opinionX 2019. 12. 30. 11:14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행복은 알 수 없는 것일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자 학자들은 행복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했다. 성장을 강조하는 주류 경제학은 소득과 행복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소득과 행복도의 관계를 조사한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늘면 개인은 행복하지만, 나라가 부유해진다고 해서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행복은 더 이상 소득순이 아니다. 부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탄은 1인당 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행복지수는 2016년 부탄 세계 1위, 한국 96위였다(유엔 행복보고서). 부탄의 행복 척도는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이다. GNH를 떠받치는 가치는 지속 가능한 경제, 문화다양성, 생태계 보전, 합리적 국가경영이다. 1인당 GDP 3000달러인 부탄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다.  

젊은이들의 행복 키워드는 ‘소확행’이다. 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만의 삶이나 공간을 찾는다. 그러나 바깥세상에 눈을 돌리는 순간, 소확행은 무너진다. 취업난, 차별, 갑질 등 무한경쟁 사회에서 소확행은 과연 ‘확실한 행복’일까. 행복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만은 아니다. 주관적 행복이 전부여서는 안된다. 유엔은 1인당 GDP, 기대수명, 사회보장, 관용, 부패인식 등 객관적 지표를 행복지수에 반영한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에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건강, 안전 등이 지표로 사용된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2018년 전국 평균 일·생활 균형지수는 50.1점으로 전년 대비 13점이 올랐다. 지역별로는 부산(57.5)이 가장 높고 서울(57.1), 충북(53.2), 세종(51.9), 전북(50.2) 순이었다. 일·생활 균형지수란 노동과 휴식, 자아실현의 정도를 나타내는 ‘워라밸 행복지수’다.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에는 낙제점이지만, 향상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요한 사실은 사회가 노동자 삶을 효율이 아닌 ‘행복’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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