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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27일 본회의장엔 100명 넘는 의원들이 자리를 비웠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20대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 이후 여야 간에 치열한 논쟁이 오갔던 주요 쟁점법안이었지만 표결엔 재적의원 298명 중 185명만 참석했다. 의원들의 무더기 부재 상태는 다른 90여개 법안 처리 내내 이어졌다.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의원 중 국회 운영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은 베트남 다낭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난 사실이 밝혀졌다. 출장에 드는 항공료와 체재비 등은 모두 상임위 예산으로 충당됐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4명도 말레이시아로 출장 간다며 본회의 도중에 회의장을 나갔다. 다음날엔 운영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오사카와 고베로 출장을 떠났다. 의원들의 출국이 연말에 집중된 것은 각 상임위에 배정된 해외 시찰 예산을 연내 다 소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파문이 일자 부랴부랴 조기 귀국하거나 관광 일정을 취소한 것을 보면 본인들도 잘못을 느끼긴 한 모양이다. 다른 당에선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하고 국민 혈세로 따뜻한 휴양지로 출장을 떠난 꼴”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을 두고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은 그동안 한두 번 지적됐던 게 아니다. 그런데도 쇠귀에 경 읽기다. 올 한 해만 해도 의원 3명 중 2명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많게는 8번까지 간 의원도 있었다. 이렇게 쓴 돈만 50억원이라고 한다. 의원들이 외교나 입법 조사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은 뭐라 할 게 못 된다. 그러나 누가 봐도 놀러 나갔다고 할 만큼 일정이 느슨한 데다 관광지 방문 스케줄을 놓고 업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국회 적폐다. 국회 사무처는 이달 초 회기 중에는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차단하고,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엔 반드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한다는 등의 쇄신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쇄신 발표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외유병’이란 악성 고질이 재발했다. 백약이 무효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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