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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각국의 행복도 성적표가 나왔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14일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57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행복지수 점수는 높아졌지만 순위는 2계단 하락했다. 1위는 핀란드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등 순으로 북유럽의 행복지수가 높았다. 촛불혁명으로 인권과 국민행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 행복도 순위가 떨어졌다니 유감스럽다.
핀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웃 북유럽국가들보다 낮고 미국에는 훨씬 뒤처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들어 경제력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핀란드인들은 부를 웰빙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역시 북유럽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유럽이 아닌 지역의 사람들은 부를 웰빙으로 바꿀 줄 모르는 사람들일까?
이것 말고도 행복지수 발표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정과 치안이 매우 불안한 국가들이 상당수 50위 안에 든 것은 이해가 안된다. 마약갱에 의한 시민과 언론인 살해가 만연하고, 강도가 무서워 대낮에도 함부로 거리로 나가지 못하는 일부 국가의 국민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지소굴’로 표현한 국가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의 차별적인 언행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54위인 것과 비교하면 조사의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할 만하다.
유엔 지속가능네트워크는 국내총생산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의 너그러움 등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별 가치관과 인식의 개념인 행복을 계량화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같은 기준의 총합이 과연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국가별 행복도에 순위를 매기고 공개하는 것은 나라별 서열화를 조장하는 행위다. 순위가 높은 나라의 국민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낮은 나라의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인 가운데 일부만 행복하고 나머지는 행복하지 않은 행복지수를 왜 매년 발표하는지 모르겠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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