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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인구의 약 8~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15분마다 1명씩 치매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2025년에는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과 저학력자 등에서 알츠하이머가 많이 발병한다고 했지만 반론도 많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노벨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도 이 병으로 말년을 보냈다. 맨부커상 수상자이자 영국의 지성이었던 아이리스 머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후 어린이 프로그램 <텔레토비>를 넋을 놓고 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8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알츠하이머병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1911~2004)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94년 담화문을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음을 고백했다.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레이건이 대통령 재임 기간(1981~1989)에 병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학자들이 추정했기 때문이다. 특정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증세가 재임 때부터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10년간 레이건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여생을 보냈다. 그의 업적이 치매로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부인 낸시의 결정이었다. 미국인들이 그의 발병을 안타까워하며 이 병의 정체를 밝히는 데 관심을 기울인 데는 이런 적극적이면서도 시민을 배려하는 공개가 한몫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87)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5·18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2013년부터 약을 복용했다고 하니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핑계를 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면서 자서전 등을 통해 5·18에 대해 그토록 많은 거짓 변명을 한 것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당초 그는 5·18 북한군 개입설이 터무니없다고 했다가 지난해 자서전에서는 맞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증언 번복이 알츠하이머병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옥중 단식과 검찰 압수수색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 증세가 시작됐다는 설명은 더욱 당혹스럽다. 5공의 피해자들은 그로부터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다음달 중순에는 5·18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이 예정돼 있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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