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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중류(中流)의 습격

opinionX 2017. 3. 23. 11:26

중국 TV드라마 <랑야방>은 무협정치 사극이다. 배경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양나라다. 역모에 의해 풍비박산 난 집안의 아들이 천신만고 끝에 원수를 갚고 역모 혐의도 벗는다는 내용이다. ‘중국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말 이 드라마가 한국어 자막으로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됐다. 시작부터 붐을 일으키더니 이 방송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국 인터넷매체인 신화망은 한국어판에서 “중국 촬영지를 주제로 한 관광상품에 한국인 신청자가 몰렸고, 원작소설 판권을 사기 위해 한국 출판사들이 경합을 벌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한류(漢流)’를 이끌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한 중국 드라마는 이뿐이 아니다. <보보경심> <환락송> <위황후전> 등 셀 수 없다. 중국에서 이룬 한류의 성공담에 취해 있는 사이 중국의 문화 콘텐츠, 정보기술(IT) 제품들이 소리소문 없이 한국 소비자들 사이로 파고들고 있다. ‘중류(中流)’의 보이지 않는 습격이다.

음식문화도 중류에 빨려들고 있다. 양꼬치와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마라탕 등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신촌 대학가의 먹자골목과 서울대 ‘샤로수길’이 위치한 관악구에는 최근 2~3년간 중국 음식점이 수십개씩 새로 생겼다. 서울의 대림·가리봉동 등 중국인 밀집지역은 중국 문화를 찾는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중국 문화의 거리’로 바뀌었다.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멀티탭과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해진 지 오래다. 그리고 세계 1위의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는 제주도에 법인등록을 했으며, 베이치인샹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은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오락산업과 광고서비스 수출액은 54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1.8%, 문화체육과 오락산업 대외 직접투자는 39억2000만달러로 188.3% 늘었다. 여기에 중국 상무부는 “정부 부처도 다방면으로 대외 문화무역 발전에 힘써야 한다”며 가세하고 있다. 중류는 소리 없이 밀려드는데 중국 내 한류는 금한령에 가로막혀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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