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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하와이와 와이키키

opinionX 2017. 5. 29. 11:05

생뚱맞다. 어떻게 한국 한복판에 있는 온천관광지에 ‘하와이’ ‘와이키키’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하와이는 미국의 섬으로,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이고, 와이키키는 하와이의 유명 해변이다. 하와이는 ‘공기·물·영혼’의 합성어이며, 와이키키는 ‘솟구치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1980년대 대표적인 온천관광지 두 곳이 이들의 이름을 썼다. 부곡하와이와 수안보 와이키키다.

부곡하와이는 최고였다. 열대야자수 등을 조성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서민 관광객, 특히 신혼여행객들을 끌어들였다. 각종 물놀이 시설에다 열대식물·늪지대 식물을 갖춘 식물원, 놀이동산, 조각공원, 호텔을 두루 갖춘 종합리조트 시설이었다. 굳이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남국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한창때에는 유명 트로트 가수들과 외국인 댄서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연간 2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오는 28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폐업하는 국내 종합 레저시설 1호였던 경남 창녕군 부곡면 부곡하와이 전경. 부곡하와이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인 1979년 문을 열어 38년 간 서민 휴양지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안보의 와이키키라는 이름은 부곡하와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수안보에 세운 대형 호텔 이름을 와이키키호텔로 지으면서, 수안보 와이키키란 명칭이 유명해졌다. 하지만 수안보 와이키키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부도 이후 방치된 상태이고 덩달아 수안보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부곡하와이도 최근 같은 처지가 됐다. 부곡하와이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공지를 올렸다. “2017년 5월28일부로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8년간 역사 속에 많은 분들의 추억이 함께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곡하와이의 지난해 입장객은 24만명으로 한창때의 10분의 1로 줄었다.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가 생각난다. 밤무대를 전전하는 퇴물밴드가 잊고 있던 꿈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피엔딩도 아니다.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고자 한 일터가 수안보 와이키키호텔 나이트클럽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신세대 가수에게 밀려난다. 대형 테마파크에 자리를 내준 부곡하와이의 처지나 다를 것 없다. 둘 중 한 곳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이들은 상념에 젖을 법하다. “그때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지금 나는 어떤가.”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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