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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은 ‘노동의 기준’을 시장·경쟁·효율 중심에서 공공·협업·가치 중심으로 이동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노동권은 비정규직·노인 등 또 다른 ‘노동 약자’들의 노동권과 직결된다. 사진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설요한씨의 죽음에 항의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농성할 당시 모습이다. 김정근 기자

경북 칠곡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입소자 2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집단으로 감염됐다고 한다. 명절을 맞이하여 대구에 있는 집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입소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질병에 매우 취약하다. 비좁고 열악한 시설에서 24시간 집단생활을 하다보면 개인위생 수준이 가정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발생할 경우 가족이나 활동보조인들이 있어서 빠른 발견과 대처가 가능하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이런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따라서 관계기관에서는 더욱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시설 대표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쉬쉬하고 감출 수 있다는 점도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우려스럽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장애인을 위한 정책들이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증장애인시설 등에 필요한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어 안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마음을 활짝 열고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더욱 열리게 될 것이다.

<이성심 |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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